단골 식당 손님들의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by 둥이


"몸이 아픈데 오래 산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난 마음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자주 가는 단골 식당이 하나 있다.

할머니가 끓여 주는 칼국수 맛이 물리지도 않고 맛이 있어서 제법 단골들이 많은 집이다. 점심시간 이면 자리가 없어서 늘 삼십 분 일찍 들려 식사를 하곤 했다. 삼십 분 일찍은 다른 단골손님 들도 마찬 가지여서 늘 간신히 하나 남은 자리를 비집고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 여섯 개가 사람 한 명 지나다닐 정도로 붙어 있다 보니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도 들리게 된다.


그날도 내 앞자리에서 네 명의 여자분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은 이십 대 후반정도로 보였고 다른 두 명은 삼사십 대 정도로 보였다. 한 직장에 다니는 선후배 사이인 듯했다. 네 명 모두 사원증이 붙어있는 파란 목줄이 걸려 있었다. 두 명의 젊은 여자분들은 따뜻한 가을 햇볕에 어울리지 않은 겨울 외투를 걸치고 있었는데 왠지 그 옷이 푸근해 보였다. 언제나 여성분들은 나이를 직잠할 수 있을 정도의 옷을 입고 다닌다. 다른 두 분은 팀장급으로 보였다. 클래식한 투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거의 예외 없이 입은 옷은 마치 제복처럼 그 사람의 직급을 말해 주는 듯했다. 두 분의 젊은 여성분들이 나와 마주 보는 방향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화장이 얇았다. 거의 화장을 안 한듯한 얼굴이었다. 좀 더 화장을 했더라면 더 예쁘게도 보였을 듯한데도 꾸미지 않은 젊음을 감추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아 보였다. 이런 직장인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가까운 커피숍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여성분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웃음의 강도와 손짓 그리고 표정까지도..


테이블의 간격이 가깝다 보니 식당 안 손님들의 대화는 FM 라디오 방송을 틀어 놓은 듯 생생하게 들려왔다.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책을 읽어 보기도 하면서 다른 테이블 손님들 이야기에 무관심한 척해보지만 이야기의 줄거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는 법이 없다. 그건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점심 식사를 할 때마다 우연히 듣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드라마 한 편과 영화 한 편과 단편소설이 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듯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빠진 드라마나 영화는 귀에 와닿을 수가 없다.


그분들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한 분의 말이 끝나면 다른 분이 말을 이어 나갔다. 끊이지 않게 철썩이는 파도처럼. 현악기 바이올린의 울림처럼.


"우리 어머님이 많이 아프세요"

"밑반찬이며 김치를 그렇게 맛있게 담그셨는데 치매 오시곤 아무것도 못해 나도 못 알아보세요"


말 끝에 한분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래 산다는 게 형벌 일수 있어 "

"똥오중 받아내며 그게 어디 사는 거야 "


"나는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아 그냥 아파도 "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어"


"그게 어디 쉽니 "


"마음 가는 길을 어떻게 알 수 있어"


네 분의 여성분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냥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밥 한 끼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단골식당은 먹는 맛과 사는 맛을 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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