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들기
성당 봉사자 이야기 행복에 대하여
"사람이 자기 속에서 느끼는 남과 다른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에게서 희귀한 것이고 이것이야 말로 각자의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란 것을.. "
" 행복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을 원하는 데에 있어 나는 이 행복을 내키에 맞추어서 재단하려고 애쓴 걸 알아"
"사람들은 소유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소유당하고 있는 거야"
-앙드레 지드 배덕자 중에서 -
행복에 관하여
단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 있다. 저기 존재하는 저것이 그냥 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한 움큼의 햇볕이 쏟아 내는 온기,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이 선사해주는 화사함, 온화한 바람의 감촉,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 부드러운 빛깔의 노을, 풍경 같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선한 영향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을 햇살 내리듯 품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진한 향기 흩날리며 보고만 있어도 상쾌 해지는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가진 색상에 넋을 놓을 때가 있다. 존재만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의 일부가 되는 듯하다. 햇볕이나 바위, 덤불, 바람이나 나무들이 주는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그런 분들을 백 프로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것이 도통 그분들의 속을 알 길이 없다.
자기 시간을 온전히 남을 위해 쓰고 있음에 경계심이라곤 일도 없는 듯하다. 저 정도 했으면 됐어 보란 듯이 남들의 생각하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게 뛰어넘는다.
이런 사람이 세실리아 다.
세실리아는 어디를 가도 눈에 띄었다. 있어야 할 장소에서 조용히 해야 될 일들을 해냈다. 마음과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세실리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 듯했고 그때마다 웃으며 사람들과 눈 맞추며 구슬을 꿰듯 널려 있는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잔물결 일듯 부드러웠다.
단발머리 끝부분이 우산을 펼쳐 놓은 듯 바깥으로 말려 올라간 모습은 오드리헵번을 연상시킨다. 꿈 많은 때론 엉뚱한 여고생 머리 모양도 떠오른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분위기에 맞는 단정한 옷차림, 나이를 잊게 만드는 청바지와 빨간 스웨터 한 손엔 핸드폰,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분주한 발걸음 성당 곳곳을 오가며 마주치는 모든 분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한분 한분 의미를 두고 지켜야 할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관계의 지속성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세실리아는 관계를 이어 나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살가운 눈인사에도, 가볍게 어깨에 손을 얹으며 기분 좋아지는 인사를 나눈다. 격식을 갖추되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넘치는 예의로 다가서기 힘든 관계 역시 지향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중하지만 무게잡지 않았고 친근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몸에 스며든 자연스러움이 상대방의 감정을 녹이고 켜켜이 닫힌 오감을 풀어내어 상대방 마음 안으로 한걸음 들어오게 해 준다.
세실리아는 성당 어린이 미사 분과장을 맡고 있다. 성당의 조직 체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나 성당 음악회나 행사 마무리 단계에서 성당 조직장들을 소개할 때 총회장과 분과장들은 근엄하게 의자에 앉아 인사를 하는 걸 보았다. 나이가 지긋하신 총회장과 여러 분과장들 속에 세실리아는 어린이 미사 분과장을 맡고 있었다. 쌍둥이가 초등학교 입학 한 후 첫 영성체를 시작하면서 세실리아를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세실리아를 포함하여 성당 모든 교사들 주변에 모여들었다. 예수님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듯이 ᆢ 아이들에게 진심인 그들의 마음을 아이들은 가장 잘 아는 듯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감사함만 남아요 "
세실리아는 가진 힘의 백 프로를 성당일에 쏟아붓는 듯했고 분과장 직무에 몰입하여 밀도 높은 행복을 느끼는 듯했다. 아내를 통해 듣는 그녀의 열정은 보는 것 이상으로 열정의 끝판 왕인 듯했다. 선한 영향력이 가을 햇볕처럼 주변으로 뿜어져 나온다. 세실리아의 삶은 명사로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사로 피어나는 향기 나는 삶이었다.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 느낌을 나누는 것,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행복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스스로 행복해져서 주변마저 향기로 물들게 해 주는 것, 그런 호사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것, 그렇게 세실리아가 피어내는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밭으로 산산이 퍼져 나간다.
저기 존재하는 저것이 그냥 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ᆢ
무엇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건지 알 수 없다. 왜 그렇게 열심인 지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세실리아를 통해 보여 주시고자 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 인사하세요 아직 비신자 이신데요 인사 나누면 좋으실 것 같아요"
세실리아는 아빠들이 모여 앉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소개해 주었다. 남자들이란 자발적으로 친해질 수 없는 종이기에 이러한 세실리아의 친절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훌륭한 일하셨어요 생명을 구하셨잖아요 "
몇 달 전 수리산을 산책하다가 아이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세실리아는 멀리 서있는 내게 다가와 눈을 마주치며 주변사람에게 아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사람이 가진 특별한 것들을 끄집어내어 준다.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은 그렇게 표현된다.
성탄제 준비를 같이했던 아빠들 이였지만 누군가 나서서 가교 역할을 해주지 않는 한 뻣뻣하게 눈인사만 한다든가 아니면 아는 체 하는 것도 어색해서 눈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을 것이다. 어쩌면 익명성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여하튼 꿔다 놓은 보리자루 되기 싶성이였는데 누군가의 친절한 소개로 쉽게 힘들이지 않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런 아빠들만의 모임은 쌀들이들이 다닌 감나무어린이집을 통해 단련이 되었던지라 자발성 모임에 친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었다. 이왕 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더 깊숙이, 좀 더 열정적으로..
그러다 보면 한 발짝만 담갔던 정체성이 온몸으로 젖어 들어가게 된다.
그때쯤이면 그냥 즐기면 된다.
행복이 밀려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그 순간을 온전히 몰입하여 느끼면 된다.
내가 지금 그곳에 있다고 느끼면 된다.
세실리아는 자기 속에서 느끼는 남과 다른 것을 봉사에서 찾지 않았을까! 봉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찾아 주어 스스로 행복해지는 세실리아ᆢ
그녀에겐 행복은 무수히 찍어대는 그래서 모두가 똑같은 삶을 걸어가는 기성복을 걸친 삶이 아니라 봉사를 통해 행복을 써먹을 줄 아는ᆢ 맞춤복을 다려 입기 위해 내키에 맞추어서 인생을 재단해나가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봉사, 기부, 연대, 약자 편에 동행하는 삶, 평화
사랑, 행복.... "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나는 언어들이다.
저 언어들이 지닌 의미대로 삶을 재단해나가고 싶다. 남아있는 적지 않을 생이라도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의 언어를 써가고 싶다. 언어가 곧 자기 이듯 ᆢ
소유당하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내 삶을 소유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ᆢᆢ
그럴 때래야 지극히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적어도 세실리아는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지극히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내 삶을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