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은 의외로 친절하수도 있고, 또 의외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일 수 도 있다.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는 무례한 사람과 자기만 아는 이기심 많은 사람도 있다. 딱히 어떤 점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거나 관계의 지속성이 따라 주지 않는 사람들 일수록 여유와 유머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한다.
이분의 별명은 로봇캅이다.
준수한 외모와 몸에 베인 예의범절로 회사 내에서도 유명세를 탈 때가 많았다. 170 중반대로 적당한 키에 다부진 몸매 무엇보다 사십 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술담배를 멀리하는 생활 습관 덕분인지 배도 안 나오고 얼굴도 동안이었다. 나이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많게만 봐도 마흔을 넘지는 않을 것 같은 외모였다; 풍채가 좋은 데다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어딜 가도 시선을 끌 것 같은 외모였다. 당연히 여사원들은 그런 과장님을 자기 부서 과장들과 비교하며 그가 가진 여러 장점들을 칭찬하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었던지 이분은 좀 체 웃음이 없었을뿐더러 본인 자신도 유머 감각이 없었던 탓에 먼저 말을 건다든지 안부를 묻는다는지 날씨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분위기를 좋게 해주는 언행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언젠가는 그 회사 임원분이 자기 직원인 그 과장님을 보낼 테니 만나 이야기 해보라며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워낙 주변 분들한테 들어온 얘기도 있고 해서 마음에 준비를 하고
미팅 장소로 나갔다.
역시나 그분은 미리 약속장소에 먼저 나와 있었고 통상 나누는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오분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건 마치 등기우편물을 전달하러 온 우체국 직원이나 쿠팡으로 주문한 물건을 배송 온 택배회사 직원을 만난듯한 느낌이었다. 웃음끼 없는 잘 생긴 사람보다는 실없지만 날씨 안부 인사 정도는 던질 줄 아는 배불뚝이 과장이 더 정이 가는 것이 사실이었다.
차가운 피가 흐르는 사람처럼,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은 귀에 닿지 않았고 그냥 스쳐갔다.
말이 마음을 움직 이려면 중풍 송풍 바람 한점 드나들 수 있는 틈이 있어야 됨을 그 박 과장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