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팽팽하다. 풀벌레 소리가 음률을 이룬다. 이맘때 쯤되면 시간이 넝쿨져 흐른다. 마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투명 망토를 벗어 던지고 나타 나듯이, 시간은 숫자와 개념이 아닌 질감으로 다가온다. 또렷하고 명확하게 자국을 남기면서 지나간다. 그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두 세계를 드나드는 문이라도 있는 듯, 오묘한 일이다.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가도, 처음부터 그런 건 없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은 그대로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모든 걸 지우고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