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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Sep 05. 2024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타는 강아지

운전하면서 보게 된 이야기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위에 강아지


운전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기억에 남는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우연들은 2022년 22시 22분처럼 그렇게 디가오기도 한다. 난 운전을 하다 우연히 바라본 장면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우연은 대단하거나 혹은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운을 이상한 것에 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날 운이 좋아서 쓰레기 수거차량을 본다거나, 정체된 앞차량의 장례식장 버스 뒷번호가 7777이라서 로또 복권을 산다든가, 쉽게 볼 수 없는 노란색 페라리를 운전하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을 때나, 정말 운이 없게도 삼중 추돌 사고를 본다거나, 운전을 하면서 보게 되는 장면들은 설명되어지지 않는 우연들이 많다.




그날도 난 39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우연은 생각 없이 시계를 보았는데 11시 11분을 본 것처럼 늘 그렇게 불쑥 다가온다. 난 앞차와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한 채 달리고 있었다. 네 옆으로 여러 대의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39번 국도는 늘 그렇듯 차가 막히고 있었다.  




그날도 차가 정체되고 있었다. 사고와는 상관없는 항상 막히는 구간이라 난 느긋하게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 까지는 꽤나 여유가 있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무료하기도 했고 운전석 옆으로 무언가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 한 대의 오토바이가 스르르 미끄러지며 내 옆에 나타났다. 오토바이는 허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할리데이비스 오토바이로 의자는 낮고 핸들은 높은 고급 검은색 바이크였다. 까만 헬멧과 까만 가죽 옷을 입은 남자는 까만 선글라스와 허벅지까지 오는 까만 장화까지 신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남자의 등에는 하얀 강아지 인형이 보자기에 감싸져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이상해서 난 한참을 쳐다보았다. 순간 하얀 강아지 인형이 고개를 휙 돌렸다. 인영인 줄만 알았던 강아지는 살아 있는 애완견이었다. 하얀 애완견도 주인과 같은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강아지가 서서 남자 등 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아지에게 그 자세는 매우 불편하고 안 좋은 자세처럼 보였지만 주인 등에 매달려 세상 구경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나는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그 하얀색 강아지를 계속 바라보았다. 강아지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난 인형이 아니야 난 살아 있는 강아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하자 강아지의 털은 펄럭펄럭 바람에 날리였다. 마치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신처럼 보였다. 조금 멀리서 그 남자를 보면 아기를 등에 업은 것처럼 보였다. 그 남자에게 강아지란 멀리서 보았을 때 아기처럼 보여 지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애완견들을 아기 보행기에 태우거나 애완견 전용 보행기에 태워서 여행을 다니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자주 보았지만 이렇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바이크의 하얀 강아지를 등에 업고 39번 국도를 운전하고 있는 장면은 처음 보았다.


이건 마치 허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근육질의 아널드슈와 제네거가 긴 장총 대신 하얀 강아지를 등에 메고 바이크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 같았다. 딱 그 정도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오토바이 등장씬과 오늘 본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는 강아지의 화려한 모습은 묘하게 겹쳐진다.



나는 오늘 본 우연한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순간은 살면서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직감각적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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