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별 생각없이 가방을 샀다.
양손 가득 살것들을 사고 주차장으로 가는길이 였다. 마네킹이 들고 있던 검은색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싸고 휴대성도 좋다며 직접 어깨에 걸어 보여주는 점원의 적극성에 끌리기도 했다.
운동할때나 집밖으로 나가야 될때 들고 다니기 좋아 보였다. 평소 뒷주머니가 터지도록 지갑과 핸드폰과 자동차키까지 넣고 다니다 보니 앉을때나 걸을때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그렇타고 들고 다니다 보면 더 신경이 쓰였고 술까지 먹은날은 그중 한가지는 꼭 찾으러 다녀야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던 터였다. 생각없이 그 가방을 사기전에는 아이들이 성당에서 받아온 하얀 에코백을 자주 들고 다녔다. 푸대자루에 어깨에 매달수 있는 손잡이를 달아놓은 에코백은 뒷주머니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에코백은 핸드폰과 지갑과 차키 그리고 책두권과 물티슈까지 외출에 필요한 모든 필수품을 가쁜이 담아내 주었다. 가방 없이 어떻게 생활했나 싶을 정도로 어깨에서 가방은 떨어지지 않았다.
성당 의자에 앉아 검은가방을 의자위에 올려두고 미사를 보았다. 초등학생들이 에코백을 둘러메고 성당안으로 들어왔다. 초등학생 들의 에코백은 의자가 아닌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졌다.아이들은 들고 다니기 편한 에코백에 성경과 휴대폰 필요한 물건들을 넣고 다녔다. 들고 다니기 편한 에코백은 언제든 아무데나 내려놓기에 편한 가방인듯했다. 푸대자루 같은 가방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 두기도 하고 성당밖 바닥에 내려 두기도 한다. 성당이 깨끗해서 괜찮다고는 하지만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지는 가방이 새삼 달리 보였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수준을 넘어서 모시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가방을 내려 놓는 방법은 다들 달랐다. 아기안듯 무릎위에 올려 놓은 사람도 있고, 자루 내려 놓듯 발옆에 내려 놓은 사람도 있고, 사람옆에 한사람 람 앉아 있듯이 가방을 둔 사람들, 어깨에 계속 걸치고 있는 사람들, 다들 아무렇치 않게 자신들이 가방을 대하는 방법으로 가방은 놓여졌다.
어쩌면 아무렇치 않게 둘러멘 가방이 그 사람의 자기소개 보다 더 많은걸 보여주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렛에서 산 검은색 가방은 책두권과 휴대폰,차키와 지갑간단한 서류파일들을 넣고 다녔다.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나가거나 도서관을 가거나 단지안을 산책할때도 검은색가방을 메고 나갔다. 들고 다니다 보니 이 좋은걸 왜 이제야 들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편하고 좋았다. 내 가방이야 어쨌든 가방의 실용성이 중요했지 가방이 주는 위계감을 신경 쓴다거나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조금씩 가방이 무거워 졌다. 책이 한두권 더 들어가고, 생수 한병과 물티슈도 큰것으로 들어가고, 메모수첩과 필기류들도 넣고 다니다 보니 제법 두툼한 가방이 되곤 했다. 운동하러 갈때도 들고 다니다 보니 거의 하루를 같이 보내고 있는셈이다. 한번 가방을 들고 다니다 보니 어깨에 가방이 메어 있지 않으면 허전하고 뭔가 옷을 입지 않은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별 생각없이 산 가방이였는데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현정이의 다양한 가방들의 목적을 새삼 존중하게 되었다. 나름의 쓸모와 장소와 때를 달리해 디자인과 크기를 달리한 가방들은 외출할때마다 간택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방을 대하는 자세를 들여다 보면 왠지 그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게 된다. 첫인사를 나누거나 오랫만에 보는 지인분과도 눈동자를 보기 보다는 가방을 먼저 본다고한다. 흔이들 남자들이 차의 브랜드와 성능에 관심이 많듯 여자들은 가방과 옷에 관심을 가진다.
필요와 생계를 위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분들은 가방보다는 가방안에 넣고 다니는 물건들이 더 중요할것이다. 며칠전 유튜브에서 본 명품백을 든 여자분이 장애인 휠체어에 백이 스쳐 기스가 났다며 싸우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명품백을 좋아하는게 지탄받아야 되는 일은 아니지만 휠체어에 스쳐 생긴 기스를 보상해달라고 하는 여자분에 인성은 짜증과 화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그분은 가방을 모시고 다니는 분일것이다. 어깨에 걸친 가방이 자기의 내면 보다 더 중요했는지 모른다.
별 생각없이, 기대감 없이 가방을 사서 였을까!
아무데서나 아무렇치 않게 바닥에 내려 놓치 못할 수준의 가방은 아니지만, 비록 저렴한 가격에 평범한 가방 이지만, 난 이 가방을 명품 대하듯 어디서든 무릎위나 내 옆자리에 내려 놓는다.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한 가방이라고 생각하기에소중하게 가방을 대하고 있다. 내게 꼭 필요한 필수품들과 양식과 같은 책들을 담아주는 가방은 내게 보물상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수많은 가방을 생각했다.
지극히 실용적인 값싼 검은색 가방, 독특 하지도 않은 평범한 모양의 가방, 검고 바닥이 두툼하고 아무렇게나 둘러메고 다니기에 어색하지 않은 가방, 이런 검은색 노스페이스 가방은 내게 명품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갔던, 꽤나 비쌌던 가죽가방들은 그렇게 편하지도 않았고 무엇을 넣고 다니기도 적합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냥 악세사리 정도로 들고 다니듯 했다.
어깨에 걸쳐 있는 검은색 가방이 너덜너덜하고 닳고 해어져 고급스러운 빈티지 명품이 될때까지 혹사를 시켜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