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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물건들

엄마의 물건들

by 둥이

엄마의 물건들

엄마의 물건들이 쌓여 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히 아끼는 물건들이 있다. 그 물건의 가격이 비싸다든가 희소성이 있다든가 디자인이 좋다든가 하는 선택 기준의 이유야 사람마다 다 다를것이고 그만한 사연과 이야기도 있을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기에 왜 이런걸 이렇게 많이 샀느냐 어디서 샀느냐 꼬치 꼬치 따져 물을수 없다. 가끔 집에 들를때면 엄마와 누나는 이런 문제로 옥신각신 하며 다툼아닌 다툼을 하는때가 많다.

누가 봐도 하잖은 물건임에도 그걸 닦아쓰고 말려쓰고 고히 쟁겨놓기까지 하는 엄마의 물건들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우선 엄마의 페트병은 버려 질줄을 모른다. 한번 쓰고 당연히 버려야 되는 물건임에도 사용한 페트병을 여기저기 쌓아두고 버리지 못한다. 보리차와 헛개차를 끓여서 페트병에 담아 냉장고 한칸에 나란히 쌓아둔다. 진한 커피색깔이 보기에 이쁘긴하다. 그렇게 쟁겨 놓으면 오고가며 식구들은 편의점에서 음료수 꺼내 먹듯이 냉장고 문을 연다. 버리지 못함에는 그만한 사연은 있다. 소비가 있으니 계속 만들어 놓는것이다.

페트병이야 눈에 보이는거라 늘쌍 자식들이 잔소리를 하는 물건이지만 엄마의 주방안에 눈에 띠지 않는곳에 쌓아둔 물건들은 누나의 레이다망에 걸리는 날이 많다. 나열하자면 이런것들이다.


"엄마가 정말로 애지중지 손도 못대게 하고 마트만가면 따따블로 사다가 쟁여놓는 요주의 상품 4가지는 ᆢ"



미원, 엄마의 미원은 대형사이즈로 3개씩 구비해 놓는다. 미원을 소비하는 유통기한에 맞추어 사둔다면야 별 문제되지 않겠지만 이 역시 유통기한내에 먹을수 없는 량이다. 그래도 엄마의 미원은 대형사이즈 3개씩 그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고 한다. 두부, 엄마의 두부가 그중 제일 큰 문제다. 두부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먹거리를 6목을 쌓아 두고 저녁 국거리와 식구들 반찬을 만든다. 하루 이틀 길어봐야 1주일 정도의 먹거리 정도로만 냉장고를 채워나야 되는데 두부 만큼은 6목씩 쌓아둔다. 유통기한 한달이 지난 두부는 최상급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누나와 냉장고 문을 잡고 버리니 마니 목소리를 높인다. 먹어도 별 탈이 없다는 못살때는 이보다 더한것도 먹었다는 생리학적 근거로 이야기하는 엄마 나름의 이유가 들을만 하다.


자연퐁세제 5개와 30개들이 롤휴지 3개는 엄마의 근심을 편안함으로 엄마의 불편을 행복함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물건들이다. 그렇게 쌓여있어야 안심이 된다고 한다. 좁은방과 좁은거실에 이러저런 엄마의 물건이 한번 꽈리 틀고 앉기라도 하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그자리를 영원히 지켜나간다. 누나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들어 몇가지가 늘어났다고 한다.

계란 두판 냉장고 맨 위칸에 가지런히 쌓여 있어야만 되는 물건중 하나이다. 있어야될 장소에 그것들이 비기라도 하면 빈만큼 그 숫자를 꼭 채워 놓는다. 이역시 유통기한 같은것은 사치축에 속한다. 이유 불문 그냥 있어야 된다.

안방 장롱속 이불밑을 들쳐보면 엄마의 쌀국수와 컵라면이 숨겨져 있다. 어느날 우연히 라도 그걸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다가도 이 노인네가 무슨 치매증상은 없는지 걱정이 된다.


볕이 들지 않은 컴컴한 광안엔, 엄마의 겨울 김장김치와 각종 밑반찬들과 햇볕에 바짝 말린 무말랭이와 각종 나물들이 익어가고 있다. 그곳엔 엄마만이 알수 있는 DMZ 같은 곳이다. 어디에 지뢰가 묻혀있는지, 어디에 무엇이 쟁겨 있는지는 정말 아무도 알수가 없다. 엄마가 한푼두푼 모아둔 종자돈이 엄마의 계좌에서 쌓여 가다가도 이리저리 계좌로 들어가지 못하는 돈들과 출처모를 패물들도 엄마의 광속과 장롱속과 서랍장속 어딘가에 쟁겨져 가고 있을것이다. 광물찾기 지도를 만들어야 될지도 모른다.


자식들이 들를때면 엄마는 자식들에게 챙겨줄 김장김치를 꺼내려 광속으로 들어간다. 광속에는 언젠가 부터 김치 냉장고도 옮겨 놓은듯 했다. 전쟁이 나도 몇달은 살아낼만한 먹거리가 그안에 있을것이다.

누나의 말데로 엄마의 장롱과 서랍장과 광은 요술항아리 일것이다. 영원히 비워지지 않은 언제나 채워져 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 그곳에 엄마의 물건들이 쌓여져 간다.


그안엔 우리가 알래야 알수 없는, 엄마만의 보물들이 그렇게 쌓여 쌓여 익어가고 있다. 모하나 썩어 버려지는것이 없다. 우리집 냉장고 안에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버려지는 오이와 상추와 감자 고구마들 비하면 ᆢ 하나 버려 지는것 없이 알뜰히 소비되는 엄마의 물건들은 지구온난화가 급격해 지는 이 싯점에 필요한 생활 습관인지도 모를일이다.


엄마의 요술항아리와 요술램프 안에는 오늘도 뭔가가 쌓여져 간다. 버려지는것 하나 없는 그곳에, 며느리는 법접할수 없는 그곳에, 엄마와 누나는 엄마의 물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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