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 하루는 어떻셨어요!
햇볕 잘드는 거실 쇼파에 누워 성경책에 있는 깨알 같은 글씨를 읽고 계신가요 로컬푸드에 내놓을 대파와 무를 담고 계신가요!
전 늘 아버지가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궁금 했어요 아버지 만큼 나이가 들었을때 한시간 하루 한달 이라는 시간이 그냥 시간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내 기억속에 아버지는 늘 새벽녘에 해보다 먼저 일어나 바짓단을 적셔가며 논두렁 풀을 베어 젓소를 키우고 논과 밭의 작물을 키우고 그리고 저희 사형제를 키우던 그런 젊고 힘센 아버지로 기억되어서 였던것 같아요 아버지는 저에게 발자국을 남겨 주셨어요
그 발자국안에는 선명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요
그 발자국 안에는 내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있어요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아버지 오늘 하루가 어떻셨어요!
기분 좋은 일이 있어 큰소리로 웃으셨나요 엄마와 옥신 각신 하면서도 평생 엄마를 사랑하셨던 아버지의 사랑이 전 좋았어요 두분이 지금 나누는 시간과 사랑이 한겨울 한움쿰 햇볕 만큼이나 뭉쿨하고 따뜻해 보여요
"그래 저 만큼 행복하면 될꺼야 저렇게 살아가면 될꺼야" 아버지와 엄마는 저희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겨 주셨어요. 욕심을 내려 놓으라며 세상 사는것 별것 없다 이야기 해주셨었죠
작년인가요 코로나가 심했던 그해에 엄마는 무릎연골 수술로 석달간 입원을 하셨지요 엄마가 없는 집에서 아버지는 많이 외로움을 타셨지요 몇번인가를 병문안 가겠다며 데려다 달라 누나에게 졸랐다고 들었어요 급기야 아버지는 평소 좋치 않던 심장이 문제가 되어 폐에 물이차는 부종이 발생되 이틀밤을 숨도 제대로 못쉬셔서 엠브란스를 불러 응급실로 달려갔었죠 그때 저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줄 알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병원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늙으신 아버지만 침대에 누워 응급실안으로 들여 보낸 누나가 한참을 울었다고 하네요 그때 엄마는 병원에서 아버지 생각이 나서 아버지가 불쌍하고 아버지 살아온 삶이 생각나서, 평생을 가족을 부양키 위해 소처럼 일만 하신 아버지가 보고 싶어 펑펑 울었다고 하네요
아버지
아버지는 엄마가 퇴원하던 삼월 어는 봄날에 신발도 신지 않은체 현관까지 뛰쳐 낳오셨죠 그렇게 두분은 온몸으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서로를 움켜 안더군요
"고생했어 살아줘서 고마워"
늙스그레한 두분의 노인이 서로를 품어 안은 모습이 영화의 한장면 같았어요 무릎이 아파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버지를 안으시던 엄마와 그런 엄마가 안쓰러워 그렁그렁해진 촉촉한 눈망울로 엄마를 쳐다보던 아버지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요
아버지 언젠가 제가 물어 보았죠
"아버지 언제가 가장 행복하셨어요 "
"젓소 키울때가 가장 행복했어"
몸은 고되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셨죠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똑같은 장면이 떠올라요
젓소를 키우느라 늘 풀을 베어야 했던 그래서 항상 젖어 있던 바짓단과 컴컴한 새벽 문을 열고 나가는 그때 밀고 들어오는 차가운 새벽 공기와 새마을마크가 그려진 모자와 평생을 땅을 일구어 그 소출로 정직하게 자식들을 가르치고 교육시켰던 그래서 온몸에 흙냄새가 끊키지 않았던 아버지의 몸과 평생을 일만 하느라 깊은 주름이 손등과 얼굴로 지문과도 같이 새겨져 버린 당신의 수고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걸 보상 받으려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해맑은 웃음이 저를 감동케 합니다.
아버지 왜 그리 일만 하셨어요 일이 그렇게 좋았어요 물어보던 아들에 말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해주셨어요
너희를 키워야 됐어 그렇게 하지 않을수 없었어 그땐 그랬어 그래서 지금도 일을 놓을수가 없구나
아버지 올해가 87세 되셨어요 여전히 트랙터를 모시고 트럭운전을 하시는 아버지를 젊은농부라고 부르더군요
몇번을 트럭운전이 걱정돼 저희가 운전 놓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었죠 조금만 천천히 하세요 그래야 저희가 안심이 되어요
아버지
지난주 아내와 아버지 엄마 봄나들이 가신다고 하셔서 옷사드리러 들렀었죠 아내가 그러더군요 아버님의 낡고 낡은 허리띠와 구두 헤어진 바짓단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네요 죄송해요 자주 사드리지 못해서요
예쁜 옷 입고 다음주에 나들이 잘다녀 오세요
저에게 아버지는 삶에 교본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 이예요. 존경합니다.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기 사람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시간을 아버지의 삶을 그런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사랑하는 아들 기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