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지
오늘은 도배 하는날이다.
바로 옆동으로 이사를 가는건데도 아내는 왠지 아쉽다며 이야기 한다. 그럴것이 아이들이 갓난아기 였을때 이사와서 같은동에서 계속 살아서 건물에도 정이 들은듯하다.
사람의 정은 사물을 가리지 않나보다. 형태 없는것들과 형태 있는것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날씨가 좋았다.
도배하는날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였다.
아내는 도배지를 고르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내게 있는 커다란 틈을 거뜬히 매워준다. 실크 벽지 친환경 벽지 하얀색깔 연노란색 격자무늬 일자무늬 벽지도안을 담은 두꺼운 카다로그를 뒤척이며 일주일을 고민한다. 아내는 늘 나의 의견을 물어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내에게 나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과 참고 사항일뿐이다. 본인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오빠 어떤게 좋아 "
"응 이게 좋아보이는데"
"응 그것도 좋킨한데 이건 어떼"
"응 이것도 좋네 자기 좋은걸로 해"
물어 보지나 말지.
그래도 이거 어떼 물음에 진심을 다해 답해야 함은 그것이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투루 답한다거나 딴짓을 한다거나 신경 안쓴다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한다면 근 몇달은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편안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