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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한 그릇

내가 좋아하는 단골집 이야기

by 둥이

즐겨 찾는 해장국집이 있다

맛도 좋고 주차장도 넓어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들도 좋아해서 자주 들려 사날르기도 한다


길게 붙어있는 육인용 식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혼자 온 손님들은 모르는 이와 이마와 어깨를 맡댄체 뚝배기 그릇위에 얼굴을 포갠다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에 부굴 부굴 소리내며 실려나온 해장국 한그릇 ᆢ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며 식탁앞에 놓여진다 부굴 부굴 끊어대는 국물속 안으로 숟가락을 꽂아 헤집어 본다 그만 진정했으면 하는양도 있고 국물속에 채워져 있을 푸질할 고깃거리도 궁금한 터일것였다


고추기름이 숟가락에 벌겋게 묻어난체 떠올려진 버얼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넘치는 식욕을 달래본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턱밑으로 침샘이 분출한다 과도하게 빠져나간 침샘덕인지 턱이 빠져 나갈듯 쇄해진다 해장국을 맞이하는 몸의 반응이 극진하다 맛에 대한 본능은 이토록 무섭다 우선 먹고 보자 달려드는 기민한 숟가락질을 제어 못할시는 입천장이 뜨거운 국물에 헐어 나간다 천천히 국물맛을 음미하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어금니에 으깨지는 식감을 만끽하고 삭혀 다진고추을 듬뿍 넣어 니끼함을 눌러줘야만 해장국이 만들어주는 천상의 맛을 온전히 느낄수 있을것이였다 앞단에 놓인 푹익어 다홍색의 깍뚜기와 갖은 양념이 그대로 살아 묻혀 있는 금방 버무려낸 겉절이 까지 곁들어 먹을양 치면 그야말로 예의를 제대로 갖쳐 이제 흠뻑 땀 흘리며 맛있게 먹으면 될터였다


현무암처럼 구멍이 숭숭뚫린 적갈색 선지와 얇게 썰어 넣은 고기덩이와 그사이로 푸짐하게 넣어준 양과 천엽 그리고 식감좋은 콩나물, 그위로 삭혀 다진고추와 깨가루를 조금 뿌려 넣어 다시 뒤집어 섞어본다

다홍색 깍두기와 양념이 살아있는 겉절이가 한접시 가득 쌓여 있다

양과 첩을 찍어먹을 다대기에 절인 묽힌 양념장을 당겨 놓는다 우선 양과 천엽을 젖가락으로 건져내 양념장에 푹담궈 입안으로 가져온다


- 캬 쫀득 촌득 입안 가득히 번지는 풍미 ᆢ 아드레 날린이 분출한다 씹어 삼키는 이 맛이란 !!

살아있는 식감안에 베여 있는 얼큰한 육수까지 ᆢ 그래 이맛이지 !! 국물까지 한숟가락 !!


순이 살아있는 탱탱한 콩나물을 한움큼 떠올려양념장에 푹 적셔 건진후 선지와 곁들여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 캬 콩나물 아삭 아삭 으깨지며 절대 내공의 식감으로 다른 푸성귀들은 쫒아 오지 못할 그만의 식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뚝배기안의 조금 여유가 생길때쯤 밥 한공기를 통째로 말아 넣는다 벌건 고추기름에 하얀 쌀밥이 벌겋게 젖어 들어가며 한 숟가락 가득히 퍼담을 일만 남은것이다


미간으로 굴러 떨어지는 땀방울과

훌쩍이며 흘러 내리는 콧물ᆢ쌓여가는 휴지조각


온몸의 육수를 뽑아 낼때쯤 뚝배기는 마른 저수지 말라가듯 까만 밑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뚝배기 그릇에 묻어 있을 양념까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내 입속으로 가져간다 조금 남은 국물마져 양손으로 들어올려 공손히 들이켰다 밥한톨 묻어있지 않은 깨끗한 뚝배기를 보니 마치 방금 식사를 마친 스님들 발우공양 같았다


오고가며 들르는 해장국집엔 오늘도 사람들로 붐빈다


맛집엔 늘 사람들이 붐빈다 서둘러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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