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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겨울이 행복한 이유

by 둥이

겨울은 색을 지운다.


겨울은 연녹과 초록을 지우고, 파랑과 빨강을 지우고, 그 모든 색을 지우고, 하나의 색만 남겨둔다. 남겨진 하나의 색은 온 세상을 뒤덮고 물들인다. 마치 색이 없는 계절처럼, 그렇게 어느 날 겨울은 찾아온다.


하얀색 그보다 더 진한 하얀색,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이리저리 부딪히며 눈썹 위로, 입술 위로, 손등 위로 내려앉는다. 사르르 녹아 투명한 물방울로 툭 떨어진다. 아이들은 눈송이를 잡으러 뛰어다닌다. 그때야 비로소 겨울은 온다.


세 번의 계절이 바뀌고, 초록잎들이 사라져 버린 어느 날, 동네 냇가는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인다. 아이들은 마치 이날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우르르 겨울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이들은 춥다고 움츠려 들지 않는다. 구멍 난 신발 안으로 하얀 눈이 들어와도, 추위를 막아 내기엔 너무 얇았던 겉옷을 걸치고 있어도, 겨울은 다른 계절에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신나는 계절이기에, 남겨진 하나의 색은 아이들에게 마법주문을 외운다. 그 마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마법에 걸린 아이들은 긴 겨울을 꿈속에서 보낸다.


하얀색이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온세계를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서로 안아줄 수 있게 해 주세요.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녹여줄 수 있게 해 주세요."


하얀 마법은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 준다. 하얀 눈 위에서 아이들은 하얀 성을 쌓아 올린다.


누구에게나 무섭도록 추웠던 겨울이, 그렇게 춥게 기억되지 않는 건, 하얀색의 마법이 우리를 지켜주어서 인지 모른다.


한겨울 내내 절대 풀리지 않은 단단한 마법의 주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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