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이야기
사진을 찍는 이유
"손 틈새로 금세 빠져나가 버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는 소유 이를테면 주머니에 넣어 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중에서 - 패트릭 브릴리 지음 >
한쪽 귀퉁이가 닳아 없어진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본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박제되어 있는 시간들이 화들짝 빛을 발한다.
어색하게 렌즈를 바라보고 있는 까만 눈동자들이 사진 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예쁘게 나오려고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사진 찍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냥 할 수 있는 동작을 했을 뿐, 앞을 보고 두 손은 바짓자랑을 잡고 있다. 웃어야 되는지 잠깐 고민을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제되어 버린 시간들이 사진첩에서 환생하는 순간이다. 사진 속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얼음처럼 선명하다. 차갑지만 따뜻하다.
무엇을 보여주지도 감추지도 않은 모습들이다.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계곡물처럼 투명하고 솔직하다.
타협과 양보에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사진 속 젊은 엄마는 소풍 나온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여덟 살 아이는 그런 엄마의 시선을 쫒느라 바쁘기만 하다.
내 기억에는 없는 풍경들이 사진 안에 담겨있다. 그 속엔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이십 대의 젊은 엄마가 웃고 있다.
사진은 마법처럼 그 순간을 온전히 담아낸다. 마치 순간을 잡아 두기라도 할 것처럼,
잡히지 않은 순간들은 그렇게 한컷의 그림으로 남는다. 순간이 되어 마음에 심긴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에 저장해도 될 테지만, 그것만으로 무언가 부족하다. 흐릿한 기억이 선명한 사진을 대신할 순 없다. 우리는 어느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미 사진을 찍는 그 순간도 사라져 간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사진 속에 영원히 남아 있기라도 할 것처럼,
"눈은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