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
그날은 월말 영업 회의 중이었다.
카톡 진동음이 울린 건 박 과장이 다음 달 예상 매출을 발표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나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진동음이 울렸다. 회의를 마치고 메시지를 확인할까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검지로 잠금 버튼을 해제하고 카톡 확인을 하였다. 카톡에 메시지보다 먼저 들어왔던 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었다.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배경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몇주전에 올린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이다. 바로 메시지만 눌러 내용만 확인하곤 했는데, 푸른 배경사진에 끌려 프로필 사진을 열어보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인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첨탑처럼 뾰족하게 올라온 에펠탑 앞에서 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보라는 메시지는 확인도 안 하고 다음 사진을 넘겨보았다. 한여름인데도 두꺼운 겨울 잠바를 입고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는 설산 위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 밑으로 갤럭시 25 6월 25일 친절하게도 사진 찍은 날짜까지, 요즘 핸드폰은 없는 기능이 없다. 이분은 프로필 사진만큼은 언제나 화려하게 단장을 한다. 마치 비비크림을 바르는 걸 잊지 않는 중년 남자처럼, 때가 되면 프로필 사진을 바꾼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가끔 난 서점에서 책을 읽듯, 남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다. 남의 집을 초대받지 않고 염탐하듯이, 고등학교 친구나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의 프로필 사진을 찾아본다. 그건 안부 인사쯤 정도로 생각하며 일이 있어 카톡을 열어 보는 것보다 많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모른다. 허락받은 습관처럼 어느 순간 몸에 배었다.
이상한 건 프로필 사진 안에는 정작 본인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곳엔 묘한 감정이 숨어 있다. 의도된 바는 없다지만 감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흐린 날과 맑은 날 사진만으로 번갈아 가며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지인분의 프로필 사진을 검지로 넘기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 프로필 사진이 업데이트된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린다. 분명 거기에는 신호가 담겨있다.
그 신호는 아주 작은 차이일수 있다.
때론 그 신호가 그냥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별 차이는 남극과 북극처럼 지리적 거리만큼 비슷할 게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별것 없을 것 같은 그 별 차이는 대단한 차이를 불러온다.
아내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십 년째 바뀐 적이 없다. 여행을 간다든가 날씨가 좋다든가 산책길이 예쁘다든가 아름다웠을 사진들도 많았을 텐데, 아이들의 뒷모습조차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지 않는다. 그런 것에 무감각하다. 관심이 없는 건지, 애정이 없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이는 사생활이 싫어서 일 수도 있다. 그런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논리적이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인 이유는 언제나 명료하다.
그냥 그런 건 그 사람의 성향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것들은 그 사람을 담아낸다. 향기로 말하는 꽃처럼,
가끔 난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 간절히 보이길 원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습관이 되어버렸거나, 순수하게 보여주고 싶은 의도성은 없지만 자기만족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톡의 프로필 사진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이 어떻 사람 인지를 보여준다. 그것만으로 아주 조금은 그 사람을 엿볼 수 있다. 담장 너머로 살짝 보이는 이웃집 거실처럼, 스치는 스며오는 향기가 그곳에 있다.
거기엔 의도된 계획과 바람도 있다.
때로는 구체성을 띤 체 그 사람의 잠재력과 경제력 그리고 저인망식 인적 네트워크까지 파악할 수가 있다. 그 사람의 취미와 기호식품과 먹방 푸드까지, 한마디로 프로필 사진 안에는 그 사람 날것의 정체성이 담긴다.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골라 미술관에 그림을 전시하듯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한다. 오늘도 프로필 사진이 업데이트되어 올라온다.
카톡 프로필 사진은 어느 순간, 카톡 내용보다 더 많은 안부 인사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