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과 왼손 이야기
오른손이 하는 일
어느 날 식사를 하면서 숟가락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보았다. 설명하자면 그 상황은 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나의 시선이 오른손에 닿아 있었고 그렇게 잠시 밥 먹는 걸 잊은 채 멍하니 엄지손가락과 검지 사이에 걸쳐있는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왼손을 가져와 오른손을 만져 보았다. 마치 나의 오른손이 거기에 붙어 있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더듬더듬 쓰다듬어 보았다.
그건 분명한 나의 오른손이었다.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손이 모 어쨌다고 밥 먹다가 수저를 내려놓느냐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많은 숟가락질을 오른손으로 해왔다. 그렇다고 전혀 왼손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삶의 대부분의 힘쓰는 일은 오른손이 도맡아 해왔다. 오른손과 왼손을 너무 차별 둔 것 같아서 왠지 오른손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밥을 먹다가 수저를 들고 있는, 오른 손등 위 검버섯처럼 까맣게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오른 손등이 늙어 있었다. 손가락 마디도 굵어졌다. 숨기려 했도 분명 왼손보다 더 많이 늙어 있는 오른손이, 그날따라 안쓰러워 보였다.
오른 손등 위에 초록색 정맥이 살찐 지렁이처럼 엉켜 있었다. 그 위로 세계지도처럼 펼쳐있는 검버섯 자국, 아마 지난여름 카우와 이 햇볕에 그을린 자국이었다. 난 이상할 정도로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들인데, 송두리째 마음을 앗아갔다.
왼손으로 느껴지는 오른손은 더 거칠고 더 많이 늙어 있었다. 왼손은 오른손에게 감사해야 될지 모른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을 많이 쓰는 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왠지 그 당연함이 어느 날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왼손과 오른손은 하는 일이 다르다. 같은 일을 협동해서 하는 일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분업한다 해도, 맡은 일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손으로 하는 운동을 보더라도 골프와 야구는 양손을 다 사용한다. 하지만 골프를 잘 치거나 야구를 잘하려면 오른손의 역할과 왼손이 하는 역할이 달라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신체 장기가 움직이듯이, 우리 몸의 팔다리도 따로국밥처럼, 서로의 영역에서 맡은 일을 수행한다.
오른손은 어쩌면 너무 많은 일을 하는지 모른다. 왼손이 못 미더운 건지 오른손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하려 든다.
뇌과학의 고전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을 보면 뇌세포는 손가락 끝과 눈과 입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많은 뇌세포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은 오른손이어서, 바느질이나 글씨 쓰기, 도공의 손끝이나 화가의 붓 요리사의 칼, 인간이 연장을 다룰 수 있는 이유는 뇌세포의 섬유신경이 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나 학술적으로도 오른손에 능력은 이미 증명되었다. 그건 이상할 리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뇌세포의 신경섬유조직이 오른손과 왼손 둘 다에 집중이 되어 있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랬었다면 어느 순간 밥을 먹다가 오른손의 노화를 보고 슬픈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텐데.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양손을 자유롭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나의 오른손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세심하고 민감한 일들을 처리한다. 하루 세 번 꼬박꼬박 해야 되는 숟가락질과 양치질 그리고 글씨 쓰기 여기에 대변을 보고 뒤처리까지. 뭐 그렇다고 왼손은 노는 것도 아니다.
나이 들어 시작한 골프만 보더라도 왼손의 역할은 오른손에 버금가서 방향성과 클럽에 그립을 일정하게 ㅅ잡아준다. 대학생 때 많이 다녔던. 장구를 보더라도 촛대의 안정성은 왼손에 큐잡이에서 나온다. 힘을 쓰는 대부분의 일은 오른손이 한다 치더라도 방향성과 안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은 왼손이다.
너무 늦긴 했지만 오른손에 노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왼손에게 일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한 연습을 하다 보면 양치질 정도는 왼손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양치질과 숟가락을 왼손이 도와준다면 왼손의 근력도 좋아져서 오른손에 수고를 많이 덜어줄 것 같았다. 내 한 몸에 붙어있는 신체 조직이지만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내 신체가 일어날진대 세상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오래된 경전인 성경에 보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나의 왼손은 오른손에 수고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오른손에 수고를 왼손이 덜어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