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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어느 할머니 이야기

by 둥이

아내와 백화점 쇼핑을 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맞은편 방향에서 쇼핑을 하며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할머니는 눈에 띄었다.


할머니의 하얀색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 전체를 덮는 창이 작은 하얀 모자를 빵모자 쓰듯 썼는데 모자 앞으로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붙어 있었다. 얼핏 보면 꽃이 돌아다니는 듯했다. 안경알이 동그란 까만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부렸다. 쇼핑을 하면서도 한쪽 손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멋진 카레우먼처럼 보였다. 하얀색 재킷과 하얀색 통 넓은 바지 검은색구두 어깨 위로 검은색 가방

나무랄 때 없는 한 포스 자랑하는 할머니는 우리 앞을 지나쳐갔다.


"오빠 저 할머니 좀 봐"

"온통 꽃이야 저 연세에 대단하시다"

"곱게 늙으시는 분 많이 봤는데 정말 가진돈이 많으신가 봐 그냥 있어 보이네 "


아내는 할머니가 지나쳐간 후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걸까

패션이 웃겼던 걸까

이유와 어쨌든 오늘 본 할머니 꽃은 건강하고 당당해 보였다. 늙어도 저 정도로만 갖춰 입는다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 꽃은 지치지도 않은 듯 쇼핑을 했다.

기분 탓일까 할머니 꽃이 지나간 후 어디서 인가 꽃향기가 밀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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