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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후광

아내 후배 이야기

by 둥이

서울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만큼이나 엄마들도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생기게 된다. 그건 치맛바람 이라든가 아이들 학원정보를 주고받는 학부모 모임이라든가 이런 것 과는 좀 결이 다른 그냥 순수한 모임에 언니 동생 하며 친해지는 관계라서 더 정이 붙는다. 아내는 원래부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타입은 아니었던지라 그런 성향의 어머님들과 자연스레 친해졌고 그런 결이 맞는 분들과 모임을 자주 만들어 나갔다. 그런 모임은 대개는 수리산을 등반하다든가 수리산 산책코스를 걷는다든가 뜨개질을 배운다든가 하는 일상을 나누는 그런 모임이 대부분 이였다. 가끔은 아이들과 공원에서 놀고 있을 때 아이들 친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같이 놀자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 친구네 엄마 아빠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먹으며 친분을 쌓을 때도 있었다. 아이들 친구 태현이를 공원에서 우연이 만나 같이 배드민턴을 친 후 자연스레 치맥을 먹던 날도 그랬던 것 같다.


어제는 아내가 뜨개질 모임을 같이하는 엄마들과 저녁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뜨개질 모임은 평소에도 자주 만나 뜨개질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같이 나누는 모임인지라 교촌치킨에서의 치맥은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이는 시간이었다. 아내는 신데렐라처럼 12시 조금 넘어 들어왔다. 아내는 주량을 가뿐히 넘긴 듯했다. 거친 숨소리가 주량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밖에서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회사 모대리의 술버릇 그날 먹었던 메뉴까지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었던 지라 아내가 만나는 모임 뒷자리 이야기는 늘 재미있었다. 그게 사람 사는 맛이랄까 정이랄까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사람공부도 되고 글감으로도 신선했다.



준우 엄마는 지완이의 단짝 친구인 준우 어머님이다.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지라 아이들은 아침이면 학교 가자고 전화를 한다. 누가 먼저 랄것도 없이 먼저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하고 기다려준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여서 걸어서 십 분체 안 되는 거리를 아이들은 손을 잡고 마치 먼 등굣길을 오가는 아이들처럼 서로를 챙겨가며 걸어간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서로를 챙기는 분주함이 떠들썩하다.


"오빠! 준우엄마 있잖아"

"응 준우엄마 엘리베이터 만날 때마다 가끔 대화도 하고 인사도 하고 사람 좋으셔

응 어제 알았는데!

준우 엄마 서울대 나왔데

아 그래! 대단한 인재였군

그렇게 말이야 서울대 간호학과 나와서 병원 다니다가 다시 약대 들어가서 지금 약국 하는 거래

그랬구나 대단하네

근데 준우엄마 오빠 언니도 다 서울대 나왔데

아 그래 더 놀랍군 서울대 집안이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서울대 나왔다는 걸 모를 때와

이렇게 듣고 보니 사람이 달라 보이네

그러면 안 되는데 죽어라 공부해도 약대 들어가기도 힘든데 서울대 졸업하고 약대를 다시 들어가다니 그냥 공부가 제일 쉬었구나 클래스군

그런 티도 안 내고 티를 낼 수도 없겠지만

애들한테 준우랑 친하게 지내라고 해야겠다

어제 술자리에서도 이야기 안 하다가 옛날 이야기 하다가 나왔어 다른 엄마들도 놀랬지

왜 남자들 군대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그렇구나.. "


내일부터 단지 안에서 보게 되면 좀 더 깍듯이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아주머니에서 품격이 흐르는 사모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는 모르지만 서울대 후광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준우어머님이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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