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의 본질

by 둥이

부엌의 본질

부엌 조리대 은색 스테인레스 바닥을 닦는다.

윤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국이나 찌개가 넘쳐 흘른 자국이나 계란후라이나 김치전을 하며 조리대 여기저기 묻어있는 기름방울은 있던 식욕마저 가시게 한다. 34평 아파트의 정형화된 부엌구조는 가스레인지 4개 에서 두개인 바닥이 은색 스트레인스로 이루어져 있다. 반짝여야할 은색빛이 기름과 국물 찌꺼기로 덥여 있는것 만큼 보기 싫은게 또 있을까 생각하면 잘 떠오르는게 없다.

미역국으로 시작된 나의 국 끊이는 재미는 이젠 아욱국 된장국 감자국등 같은 육수로 얼큰한 맛을 낼수 있는것들로 늘어났다.


재래시장을 들러 싱싱한 아욱 두단과 풋고추 한봉지를 산다. 요리 저리 들쳐보고 품을 들이기 보다는 맨위 진열된 상품을 덥썩 집어들어 계산을 한다. 때론 싱싱하지 않은것들도 있어서 싫은소리를 들을때도 있지만 재래시장에서 만큼은 여러번 뒤쳑이지를 못한다. 농협 로컬푸드에 노지작물을 대다 놓는 아버지가 생각나서 인지도 모른다. 아욱 두단을 싱크대 위에 풀어 놓는다. 냉장고에서 국물용멸치팩을 두봉 꺼낸다. 아이들이 태어난후 현정이는 유기농 제품들로만 냉장고를 채워놓고 있다. 한살림표 국물용 멸치팩을 두봉지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7리터 용기와 4리터 용기중 고민하다가 7리터 용기에 물을 붓는다. 삼다수 2리터 생수 두통을 넣은후 가스레인지 버튼을 돌린다.


"따따따닥 따따따닥 따따따닥"


가스레인지 점화플러그 돌아가는 소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리다. 왠지 리듬감과 중독성이 있다. 그런것도 감안해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멸치팩안에는 배를가른 멸치 대여섯마리 마른 홍새우 다시마 몇개가 들어있다. 두봉지를 넣고 부족한듯해 한살림표 다시다를 가위로 손바닥 크기만큼 잘라 다섯개를 넣는다. 뚜껑을 덥고 거품이 올라올때쯤 약불로 서서히 우려낸다. 그때쯤 씽크대에 풀어둔 아웃 두단을 풀어 놓는다. 아웃밑단을 일정하게 맡춘후 칼로 잘라낸다. 아웃 줄기를 칼로 반만 잘라내 목을 꺽은후 줄기 껍대기를 쭉 벗겨낸다. 아웃 줄기 껍대기 벗기는 재미가 나쁘지 않다. 봄비를 훔뻑 들여마신 버들강아지 피리를 벗겨낼때의 쾌감과 흡사하다. 경쾌하게 부드럽게 쓱 벗겨진다. 껍대기를 벗겨낸 줄기는 그새 끈적끈적한 진액을 쏟아낸다. 너른 잎을 떼어 내고 긴줄기는 반으로 자른다. 삼십여분 공을 들이면 풍성하던 아욱 두단은 바기지 안으로 몸을 숨길만큼 작아진다. 그 위에 굴은 소금을 뿌린다. 푸성귀 풋내를 잡아주기 위해 박박 문지른다. 파란 엽록체가 국물이 되어 빠져 나간다. 그렇게 몇번 문지르면 아욱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짙물린 진녹색의 풀때기로 변해 있다. 냉장고 문을 연후 몇달전에 성당에서 구매한 된장을 꺼낸다. 한살림표 된장도 꺼낸다. 냉동고를 열고 엄마가 빻아준 다진 마늘을 찾아 꺼낸다. 멸치 액적도 꺼낸다. 베란다에서 양파를 꺼내온다. 주황색 양파 껍질을 벗겨낸다. 하얀색 양파가 싱싱하게 드러난다.


숨이 죽은 진녹색 아욱위에 된장 세숟가락을 퍼담는다. 한살림표 된장은 한숟가락 퍼담는다. 그 위에 다진 마늘을 아낌없이 잘라넣는다. 냉동고 속에 오래 묵혀둔 다진 마늘이 세상 구경을 하는날은 국끊이는 날이다.

마늘과 된장을 아욱에 무친다. 살살 뒤집어 가며 정성을 들인다. 손에 묻은 된장을 숟가락으로 긁어내서 아욱에 묻힌다. 준비는 끝났다. 뚜껑을 열고 멸치팩을 걷어 올린다. 된장과 마늘로 버무러진 아욱이 멸치 육수속으로 들어간다. 양파 한덩어리도 같이 넣어준다. 하얀 연기와 된장국 냄새가 아욱에 버무려져 내가 아는 그 아욱국이 만들어저 간다. 삼십여분 약불로 끊이면 아욱색이 진갈색으로 변해가며 흐물흐물 해진다. 그 위에 대파를 썰어 넣는다. 대파는 금새 아욱국과 어우러진다. 아욱의 진한향이 맛깔스럽게 온 집안을 휘몰아 칠쯤 아이들이 방에서 걸어나온다.


"아빠 아욱국 끊이는 거야

냄새 좋은데 국물 좀 떠주라 먹어보게"


두아이에게 아욱국을 떠준다.

식탁위에 앉아 입김을 불어가며 아욱국을 먹는다.


"아빠 맛 좋은데 저녁은 여기 말아서 먹을래"


19세기 이후 대부분의 음식 조리법은 크게 변한것이 없다고 한다. 소금과 설탕 감칠맛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야 되는 즉 공을 들여야 하는 제대로 된 음식들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건 장소나 대륙을 넘나들어 프랑스 요리이건 한식이건 제대로된 샌드위치건 구별 되지 않는다.

재료의 신선함, 들이는 품, 미각, 그런것은 영구히 진화되지 않는법이다.


부엌의 본질은 어느 집이건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이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고 허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는ᆢ 어떤 요리를 하든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다양한 크기의 그릇들로 채워진 선반과 가지런히 정돈되어 색깔과 크기가 다른 냄비들, 여벌의 밥공기와 국그릇들, 네모난 접시와 동그란 접시 냉장고 한켠을 차지한 수많은 조미료와 가루들 대여섯가지의 간장들과 된장 고추장 국자와 숟가락 플라스틱 도마 그 옆을 채우고 있는 세네개의 칼과 가위들ᆢ

부엌을 구성하는 수 많은것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무엇하나 쓸모 없는것들이 없다. 완벽한 조화를 이룬 또 하나의 세상이다.


미켈란젤로의 완벽을 향한 마음에 견줄바 아니지만 음식을 대하는 부엌의 본질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508년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를 것을 명령했습니다.미켈란젤로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채 30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600m2 크기의 대작을 혼자 그렸는데 어느 날 천장 밑에 세운 작업대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는 미켈란젤로를 안타깝게 보고 있던 동료가 물었습니다 지금 그리는 귀퉁이 인물화는 바닥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부분인데 뭘 그렇게 정성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나? 대충 마무리 한다고 해서 누가 알기나 한단 말인가? 그러자 미켈란젤로가 대답합니다.


"내가 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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