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뺨에 닿는 햇볕의 감촉이 좋았다.
따뜻한 햇볕이 포옹해 주며 위로해 주었다.
햇볕에겐 그런 능력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햇볕을 담아 보았다.
두 손바닥을 옹기그릇처럼 모아 옹달샘에 물 뜨듯이 소복하게 햇볕을 담아 보았다. 손바닥이 따뜻해졌다. 모은 손가락을 살며시 펼쳐 보았다. 펼쳐진 다섯 손가락 사이로 햇볕이 스치고 지나갔다.
손가락 마디가 따뜻해지면서 간지러웠다.
뽀얀 흙길 위로 손그림자가 그려졌다.
바람이 불어왔다.
어제 내린 가을비 때문일까
산내음이 더 진해졌다.
벌룸 벌룸 킁킁
가을비가 고마워졌다.
아내와 같이 걷는 산책길 ᆢ
내게 더 필요한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