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할아버지 가을비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를 우산으로 맞으며 학교앞 횡단보도 옆에서 한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란히 서있었다.
할아버지는 반쯤 머리카락이 없었다. 테굵은 검은색 안경과 베이지색 반바지에 짙은색 체크셔츠를 입고 있었다. 반쯤 남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반짝거렸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네다섯 살쯤 보이는 손녀는 노란색 우비와 노란색 유치원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할아버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란색 곰인형 같았다.
차안에 있던 아내와 나는 그 풍경을 무심히 바라 보았다.
"오빠 저 할아버지와 손녀 너무 닮았다.
붕어빵이야 그치 봐봐"
풍경처럼 보고 있던 나는 얼굴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듯 바라다 보았다. 손녀와 할아버지는 눈매가 똑 같았다. 누가 보아도 혈육임을 알수 있는 징표들을 나눠 가진듯 붕어빵의 언아더 레벨 이였다. 눈가에 꿀 발라 놓은듯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사랑스러웠다. 꼭 빼닳은 뒷통수 까지, 숨길수 없는 유전자의 힘은 놀라웠다.
노란 유치원 버스가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차에 태우고 손을 흔들었다. 마치 오늘 가면 만나지 못할것 처럼 가는 버스를 한참을 쳐다 보았다. 버스가 안보일 때까지 할아버지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정한 배웅이였다.
손녀가 도착 할때쯤 할아버지는 마중을 나갈것이다. 손녀가 할아버지 만큼 나이가 들었을때 오늘 같은 날을, 할아버지가 함께 해준 배웅과 마중을, 그날의 비냄새를, 어느날 가을비를 맞으며 문득 기억 해줄것이다. 가을비가 내리던 날,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