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노래, 기억나요?
술래가 등을 돌리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아이들이 술래에게 다가가 등을 치는 놀이.
술래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 움직이다가 술래에게 걸린 아이는 술래에게 붙잡히죠. 누구든 붙잡히지 않고 술래에게 다가가 등을 치는 데 성공하면 이제 모두가 뒤로 돌아서 달아나고 술래가 아이들을 쫓기 시작해요.
네, 그래요.
정말 끔찍한 놀이예요.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요.
노을이 빨갛게 지던 풍경을 기억해요. 당시에 아마 동네 근처에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어른들은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라고 했지만...
...애들이 어디 그런가요? 그날도 그렇게, 노을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일 때까지... 아니, 정말 노을 때문이었을까요? 어쨌든 우리는 얼굴이 붉어져서 저녁때까지 그렇게 놀고 있었죠.
그 애가 술래였어요.
우리는 언제나 같이 놀았죠.
그러니까 알아요.
평소에는 그런 장난을 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날은 너무 이상했어요. 다른 아이들도 금세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죠.
"야, 뭐야 너!"
"너무 오래 있잖아!"
노래를 부르고 돌아본 그 아이는 자세를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야, 장난하지 마!"
"뭐야 빨리 해!"
하지만 술래는, 그 아이는.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어요. 아이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 아이는 무시했어요. 평소엔 정말 진지한 아이였는데. 놀 때도 너무 정석대로만 놀아서 심심할 정도였는데 이날만은 달랐어요. 그리고 뭔가, 표정이...
무서웠어요.
아우성이 점점 심해지자 그 아이는 정말 무서운 표정을 하고는.
"내가 술래야! 움직이지 마!"
하고 호통쳤어요. 하지만 아이들도 지지 않고 소란을 피웠죠.
"어? 쟤 움직였어! 야, 야 술래! 쟤 움직였다."
그러자 그 아이는.
"아니야! 안 움직였어! 내가 술래야!"
하고 소리치며 으르렁거렸죠. 그 표정도 목소리도 너무 무서워서 찔끔 눈물을 흘릴 뻔했어요. 그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어요.
"안 돼! 움직이지 마! 내가 술래야! 술래만 움직일 수 있어!"
수없이 그렇게 말했어요.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표정은 점점 무시무시해졌고 거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죠. 무서워서 더는 반항할 수 없었어요.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몸이 떨려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아이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노려보다가. 천천히 뒤로 돌아섰어요. 그리고 노래를 불렀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아주 길고 느리게. 다아아아하고 질질 끌면서. 그리고.
노래가 다 끝났지만 그 아이는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우리는 얼어붙어 있었죠.
그러다 한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달려가서 그 아이의 등을 툭 쳤어요.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툭 하고 건드리자마자. 마치 재가 흩어지는 것처럼. 그 아이는 그대로 앞으로 풀썩 쓰러졌어요. 깜짝 놀랐어요. 눈을 정말 무시무시하게 부릅뜨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잘 보면 그건 누군가를 위협하는 표정이라기보다는 뭔가 뭔가 무서운 것을 본 것 같은 표정... 그래요. 공포를 끝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린 그런 표정이었어요. 그날의 놀이는 거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죠.
며칠이 지나고 그 아이는 다시 건강해져서 우리와 놀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날의 일을 묻거나 술래잡기를 하자고 하면 또 그 무시무시한 얼굴이 되고 말았죠. 결국 자연스럽게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종되고 말았죠. 그 후로 우리는 술래잡기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좀 더 뒤의. 우리 뒤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있었던 거예요.
대체. 그 아이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요.
그 아이는 우리를 지키려던 것이었을까요?
우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우리가... 돌아보지 않도록.
우리 등 뒤에서 일어나던.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끝날 때까지.
술래잡기가... 끝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