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눈이 마주쳤다.
수업 중에 책상 아래를 힐끔 내려다보았을 뿐인데,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가 웃음거리가 되었다.
다시 앉으며 책상 밑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착각한 걸까. 눈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까.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나서도, 여전히 찜찜했다. 수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어서 자꾸만 힐끔힐끔 책상 밑을 훔쳐보곤 했다.
눈을 마주쳤던 것은 처음 딱 한 번뿐, 여러 번 다시 보아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책상에서 눈을 돌리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책상 밑에서 뭔가가 날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도 때때로 책상 밑의 뭔가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쩌면 책상 때문이 아닐까. 내 책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내 책상 아래
뭔가가
애써 눈을 앞으로 고정한 채, 손을 아래로 뻗어 더듬어보았다. 뭔가가 잡히지 않을까 해서. 책상 아래에는 빈 공간뿐이었다. 그 손을 그대로 위로 올려 책상 밑판을 만져보았다. 까끌까끌하다. 나뭇결이 엉망진창이다. 사포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것 치고는 그 까끌거림이 고르지 않다.
손으로 그렇게 나뭇결을 쓸어가다가, 따끔한 통증을 느끼고 얼른 손을 떼어 책상 밑에서 빼냈다. 손바닥을 펼치고,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피가.
손가락이 날카로운 것에 베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른 입에 집어넣고 빨았다. 그러면서 무심코 고개를 숙였다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책상이 엎어졌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 다가왔지만 나는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직 책상 밑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
책상 밑판에는 정말 무수한 칼자국이 나 있었다. 수없이 칼로 베어서 그물처럼 촘촘해져 버린. 그리고 그 칼자국 여기저기에 피가 배어 있었다.
무서웠다.
책상이.
그래서 어젯밤, 나는 몰래 학교 교실에 숨어 들어갔다. 아무도 없을 때. 책상으로 다가갔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책상을 들었다. 이 책상에 앉지만 않으면 된다. 이 책상이 내 것이 아니면 된다.
책상을 들어서 옮겼다. 옆자리로. 옆자리의 책상과 내 책상을 바꾸었다. 집에 돌아오니 안도감이 확 밀려왔다. 침대에 눕자마자 쓰러져서 푹 잠드는 바람에 하마터면 아침에 지각할 뻔했다.
학교에 등교해서 자리에 앉았다. 책상 밑판을 더듬어보았다. 깔끔하다. 책상 아래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수업 시간 내내, 책상 아래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수업 시간 내내, 지금도 나는 앞만 보고 있다.
책상 아래에서 더 이상 뭔가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내 옆자리 아이가 계속 내 얼굴을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커터칼로 책상을 끼릭끼릭 긁어대면서. 날 노려보는 그 눈빛에는,
원망
분노
배신감
어째서인지 그런 감정이 엿보였다.
지금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 눈빛은, 분명.
책상 밑에 있던 것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