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소닉, 오아시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슈퍼소닉, 마침내 올 차가운 새벽에서도.
SONIC BOOM
초음속 비행기가 내는 큰 소음을 소닉 붐이라고 한다. 비행기가 초음속을 돌파할 때 충격파(衝擊波)가 생기는데 이것은 비행기의 앞머리를 정점으로 하여 원뿔형으로 확장되는 강한 파장을 이루며 전달된다. 제트기가 비행장 근처에서 90~100폰의 소음을 내는데 비해 초음속 비행기는 더 큰 소음을 내며 저공으로 비행할 경우 소닉 붐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심할 때엔 건축물에도 손상을 입힌다.
- [네이버 지식백과]
왜 다들 그렇게 오아시스, 오아시스하는 걸까 하다 오아시스 영화다! 라며 득달같이 보러간 날. 그들이 마음속에 들어온 날로 잠깐 거슬러본다. 회사에서 지친 일과를 끝내고 오늘은 마음을 좀 가볍게 할 겸, 맛있는 것도 먹을 겸 환 형태로 된 숙취해소제를 물도 없이 맨입으로 씹었다. 쌉싸래함 다음 입안에 번지는 묘한 달콤함이 혀끝에 남은 채로 들어간 어떤 바에서 위스키를 시켰다. 회사 얘기를 하다 이런저런 겉도는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잠깐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그때 들어오는, 그야말로 귀에 들어오는 곡이 있었다. 이렇게 음악이 마음에 들어오나, 꽤 익숙한 음악인데, 했던 곡은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너무나 유명한 밴드라 모두가 아는 오아시스라도, 확실한 반함 모먼트가 없이는 마음이 잘 따르지 않으니 나에게는 익숙하고도 신선한, 라이트한 입덕사고였다. 그날부터 오아시는 마음이 어딘가로 줄줄 새는 것 같은 날에 꼭 찾아듣는 밴드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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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에 한계를 두지마, 우리가 했다면 너도 할 수 있어”
도심 외곽의 변두리 지하 연습실에서 시작해, 영국 인구 1/20을 들끓게 한 넵워스 공연까지.
불과 3년 만에 한 도시를 넘어 국가를 그리고 전 세계를 뒤흔든 ‘오아시스’ 정신의 모든 것.
Today's the day that all the world will see 오늘이 바로 온 세상이 보게 될 그 날이야 / All your dreams are made 너의 모든 꿈들은 현실이 될 거야 - OASIS, [Morning Glory] 중
전격 재결합 후 오는 10월 21일 내한을 앞둔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이 8월 29일(금) 4K 재개봉을 확정했다. (수입: 찬란 / 배급: (주)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 공동제공: 퍼스트맨스튜디오 / 감독: 매트 화이트크로스 / 총괄 프로듀서・내레이션: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 / 재개봉: 2025년 8월 29일)
<슈퍼소닉>은 아웃사이더 인디 록 밴드였던 ‘오아시스’가 불과 3년 만에 무려 260만 명이 열광한 넵워스 공연을 성사해 내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총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 공식 통계로만 7천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고 발표된 정규 앨범 모두 UK 차트 1위를 기록했을 만큼 상상 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음반 깡패’. 뿐만 아니라 자유분방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태도로 ‘악동 밴드’로도 악명 높았던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의 싸움으로 2009년 해체된 이후 그들이 의기투합한 최초의 프로젝트로, 롤링 스톤스, 콜드플레이 등 유명 뮤지션의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베테랑 감독 매트 화이트크로스 주도 하에 두 사람이 영화의 제작부터 내레이션까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브릿팝에 충격파 발생
영화는 오아시스가 밴드를 결성하던 94년도부터 96년도의 전설적인 넵워스 공연까지를 다룬다. 3년간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가 많았던 그들의 밴드활동 초반부에 대한 내용이다. 어떻게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는지부터 멤버 변화의 변천사, 열정과 패기, 낭만, 음악만이 삶의 전부였던 젊은 시절의 오아시스.
브릿팝의 대명사라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음악성은 물론이고 앞뒤 재지 않고 솔직하게 대중을 대한 그들의 태도도 큰 몫을 했다. 아직 이룬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는 그들은 합주만 몇 시간을 해내며 공연을 위해 잠을 포기할 충분한 체력이 있었다. 넘치는 에너지, 형제 간의 성향 차로 생긴 불화가 낳은 이슈들도 다 지난 지금 말하자면 그들의 스타성에 기름을 얹었던 것 같다.
"마약은 그냥 차 한잔에 불과하죠. 너도 하고, 나도 하고, 당신도 하잖아요."
"호텔 방을 모두 부수고 다녀서 우릴 받아줄 호텔이 없을 정도였죠."
"노엘이 고양이라면, 리암은 강아지 같았죠.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
고민할 시간에, 삶을 향해 순수함 일격.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태어나보니 그들은 오아시스였고 이미 만인의 밴드가 되어 있었다. Mp3가 아직 없어서 음악을 자유롭게 듣지 못하던 때에 그들은 음악을 남기고 해체되었다. 그룹 오아시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도 한참 뒤에서야 곡을 좇아 들었다. 노엘을 주축으로 한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가 담긴 밴드 사운드, 거칠지만 무력한 끌림이 있는 리암의 보이스는 20대를 지나는 마음을 한동안 타일렀다가 요즘은 달래주는 것 같다. 삶이 무거워질수록 낭만은 삶을 깊게도, 다시 가볍게도 할 수도 있다고 흠뻑 빠져들어보라 말한다.
음악 안에서 우리는 초음속
Morning glory(?), definitely maybe, Wonder wall
낭만을 빼고서 오아시스를 말하기는 어렵다. 저 앨범들의 대책없는 가사들을 보고 듣고 있자면 좋아하는 것을 향할 용기가 생기고 몸의 긴장이 풀어진다. 오아시스를 두고 사람들은 낙관주의를 이야기한다.
음악 안에서 너희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순간엔 그보다 더 좋은 게 존재할까? 우리는 슈퍼소닉일거야, 더 좋은 게 있대도 알 필요는 없지.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것들 앞에서는 저항 없이 삶을 긍정하게 되는 마음, 시공간 같은 것은 재고 따지지 않는 마음. 한없이 붕-뜬 뒤에 마침내 올 차가운 새벽이 있다고 해도 지금 나는 초음속으로 가겠다는 메시지.
그 단순하고 강렬한 메시지에 매료되기는 너무 쉬운 일이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영원히 기억되는 일(Live forever), 뭐든 어때(Whatever), 샴페인처럼 터지는 시간의 파편(Champagne Supernova)는 영국을 넘어 세계의 청춘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설파했던 것 같다.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마음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것.
악동같고 모난 면이 많아 보이지만 천재성에 비견가는 노력과 애정으로 써낸 곡들, 대체불가한 팬들의 사랑,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뿍 담은 내용들은 그래서 와닿는 면이 많았다. 첫 개봉은 오아시스가 재결합을 발표하기 이전이었으니 팬들에게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거친 노래와 감정에 사로잡혔다면 이제는 멤버들의 서사를 알고 나니 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죽기 전엔 그들의 공연을 한번쯤은 반드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최후의 밴드이자 가장 위대한 밴드였어. 오아시스 같은 대형밴드는 다시는 불가능해. 디지털 이전 시대였고, 리얼리티 쇼도 없던 시절이었어. 의미있던 것들이 많았고 살기 좋은 시대였어. 넵워스 공연은 인터넷 탄생 이전 마지막 대결집이 아니었나 싶어. 더는 그런 일이 없는 게 우연이 아니야. 우리가 살던 시절은 되풀이 되지 않을 거야. 지금부터 20년 후엔 어떻게 되겠어?"
"이제 와 생각해보면 고맙다는 말은 우리가 해야했어요. 우리는 오아시스였어요, 보러와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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