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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May 12. 2023

필적학? 글씨가 뭐길래

글씨가 보여주는 사람의 미래

나는 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글씨를 배웠을 무렵에는 나름 정자체로 잘 쓴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글을 공책에 빨리 적어가다 보니 어느 날부터 글씨가 날아다니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의 초서에 가깝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로 빠르게 적은 후 나중에 그 글씨를 읽어가며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중요한 것은 글씨가 아닌 내용이었다.      


어른이 되고 가끔 수기로 글씨를 적을 일들이 생기면서 글씨를 잘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특히 축의금이나 부의금 봉투에 수기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무척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 보면 은근히 부럽기도 하다.      


원장님께서 주관하시는 회의를 할 때면 간부들은 다이어리에 펜을 이용하여 수기로 훈화 말씀을 열심히 적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주위 간부들의 글씨를 은근히 쳐다본다. '저분은 잘 쓰는구나, 저분은 나랑 비슷한 수준이네' 하면서 자주 비교를 한다. 하지만 결국 내 글씨 수준은 평균 이하인 듯한다.      


평소에 글쓰기 연습 좀 할 걸 그랬나 싶다. '글씨는 마음의 흔적'이라는데 마음이 삐뚠 것인지 정성스레 쓴다고 해도 예쁘게 표현이 안 된다. 소위 명필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보기에 좋은 글씨체들이 있다.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힌 글씨체들이 그런 종류라 하겠다. 가끔씩 글씨는 타고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을 뜻하는 말로, 중국 당나라 시대에 실시되었던 과거제도에서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할 네 가지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역사에 걸쳐 글씨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정도로 세간에 인정을 받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지금이야 워드프로세서의 발달로 대부분의 업무를 컴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기로 글씨를 쓸 일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분야에서는 '명필'을 우대하는 현상들을 자주 보곤 한다. 연말연시 편지를 쓰거나, 축의금, 부의금 봉투, 생일축하 카드를 쓸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특히 캘리그래피는 회사의 간판이나 음식점 간판 등을 실사로 뜰 때 멋지게 적용이 되기도 하며, 유명한 캘리그래피 작가들은 본인들의 글씨를 이용해 월 1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흔히 글씨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실제로 글씨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 상태를 파악하는 분야로 필적학(筆跡學, Graphology)이라는 분야가 있다.  “필적학"이란 어떤 사람의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의 내면을 추론하는 학문 분야로 우리나라 최초 필적학(筆跡學, Graphology) 전문가로 이름난 구본진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 변호사가 있다. 구 변호사에 의하면, 필적학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체계를 갖춘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등의 대학에서 필적학 강의가 개설돼 있고, 나아가 인간관계나 비즈니스, 정신과학, 의학, 범죄학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글씨 형태에서 개인의 심성과 기질, 마인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글씨의 긴 가로선은 ‘인내와 끈기’를, 글씨가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우상향’ 특징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빠른 필체 속도는 ‘열정과 빠른 머리 회전’을, 꺾어진 끝부분은 ‘결단력과 책임감’을, 굳게 닫은 ‘ㅁ’은 ‘절약과 실속’을 의미한다. 또 큰 글씨 크기는 ‘자신감과 용기’를, 긴 세로선은 ‘최고 지향’을, 부드러운 곡선 위주의 글씨는 ‘개방성과 창의력’을, 높은 가로선은 ‘이상과 비전’을, 한 획으로 하나의 글씨나 여러 획을 완성하는 ‘연면형’ 특징은 ‘통찰력과 직관력’을 뜻한다. 《부자의 글씨》 / 다산북스     


그러고 보니 글씨를 통해 사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글씨를 곡선 위주로 둥글둥글하게 쓰는 여자 직원은 성격이 사교적이고 프로젝트 기획 시 아이디어가 넘친다. 또 글씨를 힘차고 각이 지게 쓰는 남자 직원은 인상 자체도 강직해 보이고 일도 똑 부러지게 한다. 물론 강직한 성격 탓에 주위 사람들과 살갑게 어울리지는 못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글씨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키보드보다는 수기로 무언가를 쓰고 싶을 때도 있다. 글씨는 타고나는 것일까? 글씨를 잘 쓸 수는 없을까?     

[데일리 스토리]의 '유리첼로'라는 작가가 제안한 '글씨 잘 쓰는 법' 3가지가 있다.


[글씨 잘 쓰는 법 3가지]

1. 글자 모양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쓴다.

2. 바른 자세가 손을 자유롭게 한다.

3. 리듬이 있는 글씨가 아름답다.     


유리첼로 작가가 제안한 방법으로 글을 쓰다 보면 급한 성격을 다스리고 정자세를 유지한 채 보기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서예를 배우는 분들에 의하면 서예를 배우게 되면서 본인의 급한 성격도 고치고 인격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구본진 변호사도 글쓰기 연습을 통해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바라는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마음속에 그리며 꿈꾸고, 믿고, 따라 쓰다 보면 마법이 시작되고 삶의 거대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세상의 이치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을 시작하든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내면에서 선명하게 그리며, 구체적으로 꾸준하게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기적이 일어나고 삶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가? 이 명제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글씨를 잘 쓰고 싶다면 글쓰기 연습을 하면 될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글씨를 보고 열심히 따라 하다 보면 어느덧 비슷하게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연습과 습관화를 통한 꾸준한 실천,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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