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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Aug 21. 2023

고등어는 아픈 추억을 싣고...

행복을 나눠주는 고등어데이


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생선 조리는 냄새가 났다.

손을 씻고 주방으로 오니 와이프가 고등어조림을 준비 중이었다.

살짝 쳐다보니 큼지막한 무조각과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맛있게 조리고 있었다.

와... 냄새 정말 끌리는구나! 그런데 약간의 비린 내가...?

재빠르게 환풍기를 돌리고 창문을 열었다.

다 좋은데 생선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생선 냄새가 의류에 배면 냄새가 잘 안 빠진다.

내일 출근하려면 상쾌한 냄새의 옷을 입어야 하기에 조금 부산을 떨었다.


난 사실 생선요리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생선을 무서워한다.

생선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생선가시 때문에 생선을 썩 즐겨 먹지 않는다.

반면에 와이프는 생선과 해산물류를 너무 좋아한다.

아빠가 생선을 즐겨 먹지 않다 보니 해산물 전문 음식점을 자주 가지 않게 된다. 이런 나를 아내는 그다지 이뻐하지 않는다. 나 때문에 회나, 초밥, 꽃게찜, 복어, 조개구이 등을 자주 못 먹고 있다며 불평을 하곤 한다.


© denisagati, 출처 Unsplash


놀랍게도 참치와 같은 과에 속하는 등 푸른 생선류이자 영양만점의 고등어를 나는 왜 무서워할까?

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의 어렸을 적 기억인 듯하다.

어느 날 고등어를 밥과 함께 먹다가 목으로 넘겼는데 가시가 목에 걸렸고, 그때의 목 찔림의 고통이 꽤나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생선을 보면 자신 있게 먹지 못하고 입안에서 당분간 씹다가, 가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고기를 넘기는 버릇이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와이프랑 아이들은 아빠를 놀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작 나는 누구보다 고등어 요리에 진심이다. 가시가 무서워서 그렇지 고등어 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고등어 살의 담백함과 부드러운 식감은 그 어떤 고기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특히 조림 김치나 무에 올려서 밥과 함께 먹는 그 맛은 가히 표현이 불가하며, 한 마디로 어육계의 천하일미라 할 것이다.

특히 고등어조림과 고등어구이, 고갈비 등의 고등어 요리들은 늘 식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생선계의 터줏대감이 아니던가!


고등어 무조림 / 출처 : 몽촌반찬(https://m.mcfood.net/goods)


오늘도 고등어조림의 환상적인 맛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씹다가 가시에 입안이 찔렸다.

윽! 눈물이 찔끔 난다. 헤헤 웃으며 얼른 싱크대로 달려가 밥과 고등어살을 모두 뱉어냈다.

아... 너무 아쉽다. 이래서 난 고등어 가시가 싫다! 밉다, 아주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어조림 덕에 저녁 한 끼 아주 잘 먹었다.

생선 중에 그나마 내가 즐겨 먹는 고등어와 꽁치.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나를 생각하며 맛있게 고등어 요리를 준비해 준 와이프가 나는 참 좋다. 문경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충 만들어도 수준급 요리를 선보이는 우리 와이프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요.


감사한 마음에 설거지를 아주 정성스럽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처리했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내 생각에는 음식만 잘해 먹여도 머슴처럼 부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 한두 가지 골라서 제대로 걷어 먹이면 만사 오케이다. 그날은 해달라는 것이 뭐든지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고등어 덕에 오늘 저녁시간은 고품질의 부부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밸런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보다 더 고등한 날, 바로 고등어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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