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니는 일본 가전업계 몰락의 상징처럼 불렸다. ‘굿바이 소니’라는 책이 회자될 정도로, 세계를 지배하던 전자 제국이 몰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일본 가전업체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건 소니뿐이다. 그리고 그 힘의 핵심에는 '플레이스테이션(PS)'이 있다.
합작의 시작
1980년대 후반, 세계 게임 업계의 왕좌에 있던 닌텐도는 차세대 매체로 CD-ROM을 주목했다. 당시 음향 기술과 저장 매체에 강점을 지닌 소니와 손을 잡고, 슈퍼패미컴용 CD-ROM 어댑터 개발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닌텐도-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결렬과 굴욕
하지만 1991년 미국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닌텐도는 돌연 소니가 아닌 필립스와의 제휴를 발표한다. 협업을 준비해 온 소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굴욕이었다.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고, 사내에서도 “게임 산업은 본업이 아니다”라는 반대가 거셌다.
반격, PS의 탄생
그러나 총책임자였던 쿠타라키 켄(Ken Kutaragi)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독자적인 게임기 개발을 밀어붙였고, 마침내 1994년 12월 3일, 소니는 첫 번째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이 팔리며, 소니는 단숨에 게임 업계의 제왕으로 떠올랐다. 반면 닌텐도는 닌텐도 64를 롬카트리지 기반으로 내놓았지만, 용량 한계 때문에 서드 파티의 지지를 잃고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결론
만약 닌텐도와 소니의 합작이 끝까지 이어졌다면, 오늘날 게임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배신에서 태어난, 역사의 아이러니가 낳은 게임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