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일본적인 도시일까?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지금까지 도쿄를 30번 가까이 여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도쿄는 과연 일본적인 매력을 가진 도시일까?”


많은 여행자들이 도쿄를 다녀온 뒤 이렇게 말한다.
“서울하고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이 의견은 크게 틀리지 않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본적 정취—기모노 차림의 사람들, 전통 목조건물, 고즈넉한 골목 풍경—은

도쿄보다는 교토나 나라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쿄를 바꾼 세 가지 사건

도쿄의 뿌리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연 에도 막부다.

일본 최대의 간토 평야를 기반으로 성장한 에도는,

메이지 유신(1868) 이후 ‘도쿄’라는 이름을 얻으며 수도가 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도쿄를 만든 건 그보다 훨씬 뒤 사건들이다.

1923년 관동 대지진: 수도권 전역을 무너뜨린 대재해

1945년 도쿄 대공습: 제2차 세계대전 말,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됨

1950년 한국전쟁 특수: 미군 조달 기지로 활용되며 일본 경제가 급성장

이 과정을 거치며 도쿄는 사실상 “전후에 새로 지어진 도시”가 되었다.

전통적 일본의 흔적 대신, 신주쿠의 고층 빌딩가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같은 현대적 풍경이 도쿄를 대표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쿄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따라서 누군가 “도쿄에서는 일본적인 매력을 못 느끼겠다”고 말한다면 이렇게 답해줄 수 있다.
“도쿄는 일본의 전통을 보여주는 도시가 아니라, 일본의 근대사와 전후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도시야.”

결론적으로, 도쿄는 ‘일본적이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도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교토가 일본의 과거를 품고 있다면, 도쿄는 일본의 현재를 상징하는 도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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