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대사량이 줄어든다는 것

by 따뜻한 말 한마디

일을 할 때는 몰랐다.
내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지.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살이 찌고 있다.
먹는 것에 비해 움직임이 적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온 신경을 쏟던 일이 사라지니 대사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하루하루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이 그렇게 큰 신진대사를 유발하는 줄 몰랐다.


대사량이 줄어드는 걸 막으려, 일 대신 여러 가지를 한다.
아침엔 헬스장에 가고, 점심엔 산책을 하고, 오후엔 영어 공부를 한다.
특히 손을 뗀 지 오래된 영어는 내 뇌를 강제로 깨운다.
안 들리던 문장,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잡아내려 애쓰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잊고 있던 감각, 회사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던 그 감각이 되살아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공황장애까지 왔고, 그래서 퇴사한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왜 다시 그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을 하느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나 역시 영원히 놀고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며, 내 인생의 다음 챕터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사실 계속 쉬는 것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불확실한 미래,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만큼 크다.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회사에 다니면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연습을 하는 중이다.
언젠가 다시, 나를 움직이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전 01화루틴이 없어진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