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병

by 따뜻한 말 한마디

LG 트윈스가 2025 시즌 우승을 하며 프로야구가 끝났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공백기가 참 길고 지겹다.
하루의 마무리를 야구로 하던 루틴이 사라졌으니.


시즌이 끝난 뒤 문득 떠오른 게 있다.
바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Steve Blass Disease).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병.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 선수의 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이 증후군은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KBO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주제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단연 릭 앤킬(Rick Ankiel).
2000년, 전체 유망주 1위였던 그는 디비전 시리즈 선발 중책을 맡았지만

갑작스럽게 제구력 붕괴를 겪으며 경기에서 붕괴한다.
그 후에도 선발로 몇 차례 더 나섰지만, 공이 손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해 메이저리그로 다시 돌아온, 극히 드문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였던 존 레스터(Jon Lester) 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스트라이크는 던지는데, 문제는 1루 송구.
견제구를 거의 던지지 않을 정도로 송구 동작이 망가져,

상대 팀은 그의 견제 무시하고 마음껏 도루를 노리곤 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투수만의 병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뉴욕 양키스의 올스타 2루수였던 척 노블락(Chuck Knoblauch)

한 번의 송구 실책 이후 멘탈이 무너지며 1루로 공을 보내지 못하는 증상을 겪었다.
결국 내야수 자리를 잃고 외야로 이동해야 했던 비운의 선수다.


KBO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존재한다.
김주찬, 홍성흔처럼 포지션 전향을 통해 문제를 극복했던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한순간의 ‘던지지 못함’이 선수 커리어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병.
몸이 아니라, 머리, 혹은 감각 하나가 무너지는 순간 벌어지는 일.
누구에게나 안전장치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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