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스스로 버림을 당하다
1990년대 초, TV 속 유니세프 모금 광고에서는 배우 김혜자 씨가 소말리아의 아이들을 안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기근과 아사의 상징으로 소말리아를 기억했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소말리아를 떠올리면 해적, 아덴만 여명 작전이 먼저 생각난다.
기근은 여전하지만, 세계는 이제 그 나라를 돕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끝나자 소말리아는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부족 간의 내전과 굶주림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UN은 평화유지군을 파견했고, 미국도 1만 명의 해병대를 보냈다.
식량 배급 질서를 세우며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가장 강력한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가 UN군을 향해 총구를 들었다.
1993년 10월 3일, 미국은 아이디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영화 블랙호크다운의 배경이 된 모가디슈 전투다.
작전 도중 블랙호크 헬기 두 대가 격추되고, 미군 18명이 전사했다.
특히 두 번째 추락지에는 델타포스의 게리 고든과 랜디 슈가트가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전사했다.
그들은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명예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참혹한 장면은 그 뒤였다.
전사한 미군들의 시신이 거리에서 끌려다니는 모습이 CNN을 통해 방송되었고,
그날 이후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세계는 그 나라를 ‘구할 수 없는 곳’이라 단정했다.
그 이후의 소말리아는 국제 해적으로, 실패한 국가로 남았다.
영화 블랙호크다운을 다시 보며 문득 어린 시절의 TV 화면이 떠올랐다.
전 세계가 도우려 애쓰던 나라가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이 되었다.
미국의 정책이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재건의 기회를 스스로 놓친 건 아닐까.
신이 버린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눈을 돌린 나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