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건강한 두 다리

by 따뜻한 말 한마디

몸이 건강하다는 것.
이건 내가 가진 분명한 축복이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산책길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생각들까지 집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선택이 가능하다는 건,
사실 건강한 몸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는 것.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의 내가 너무 지겹거나 버거울 때,
잠시 다른 환경에 몸을 옮기고 나면
다시 버텨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여행 역시,
건강한 두 다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의 나는 나 자신을 꽤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왜 공황장애가 나를 덮쳤는지,
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하는지 같은 생각들에 오래 머물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가진 것 위에 서서
스스로를 너무 오래 몰아붙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원치 않게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집 밖을 자유롭게 나서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퇴사를 하고 쉬고 있는 요즘,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바라본다.
누군가는 지금의 나를 응석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괜히 나 자신을 부정의 늪에 빠뜨리고 있었다는 건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걷는 동안 천천히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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