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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정신 질환자로 산다는 것

마음이 아픈 모든 이에게 희망을

by 따뜻한 말 한마디 Dec 19. 2024

Prologue

공황장애, 우울증, ADHD, 적응 장애 – 이 키워드는 현재 내가 앓고 있고 병원에서 진단명까지 나온 질환들이다. 만약 나와 같은 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이 이 키워드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정신병자? 아니면 주의를 기울여 대해야 하고 최대한 피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볼까?


최근에 나는 대학 병원의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해 3개월 휴직 신청을 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심각해져 나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Acting Out, 심리적 방어 기제 중 하나로 자신의 억눌린 고통을 행동을 통해서 표현하는 감정 해소의 한 방법이다. 이것은 투사와 함께 미숙한 방어기제로 분류되며 특정 행동을 외부로부터 금지당했을 때나, 개인이 내적 갈등이 있을 때 일어난다. 즉, 본능을 억누른 채 의식적으로 본능과 다른 행동을 하려고 하면 무의식적인 부정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2024년 10월 17일, 이 날을 기점으로 내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 날, 나는 회사 휴게실에 있던 의자를 박살 냈다. 그 계기는 팀장이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그도 내가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보인 폭력성이 사람을 향했다면 정말 큰일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내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이성이 사람을 향한 폭력은 막았던 것이다. 


이 날이 오기 전 나는 회사에서 조직 이동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우울증에 따른 자살 충동으로 인해 심리 상담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인사팀 쪽에서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다. 그 와중에 팀장이 던진 말에 의해 나에게 Acting Out이 발생했고, 회사 심리 상담 실장님의 도움으로 입원이 가능한 정신 건강 의학과가 있는 대학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상담 실장님과 내가 이전에 다니던 대학 병원의 교수는 입원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내 생존의 문제도 있었기에 입원 권고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초반은 상당히 힘들었다. 우선 정신 건강 의학과의 폐쇄 병동에 입원해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안에 있으면 돌아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입원 대신 외래 진료를 하면서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정신 질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 느낌을 보통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분명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이 어려움을 노출시킬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하지만 내가 미쳐가는 경험을 하면서 누군가는 이 고통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정말 내게 고생이 많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격려 한 마디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이 글을 쓰는 것은 나와 같은 어려움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잘해보자’, ‘당신은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라는 격려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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