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끼

개동이의 마지막 새끼

by 이선남

까망이는 개동이 새끼다. 개동이는 삼례 집에서 열다섯 해를 살았다. 그러니까 사람 나이로는 여든이 넘은 셈이다.


몇 년 전인가,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뒤꼍을 가리켰다.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말을 잘 못 한다. 그래서 주로 감탄사나 손짓으로 대화한다.
“뒤꼍에 가보라고요?”
“어!”

거기에는 개동이가 벌러덩 누워 있었다. 그것도 일곱 개의 젖꼭지를 훤히 드러낸 채였다. 눈도 못 뜬 새끼들이 끼잉낑거리며 개동이 젖을 찾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소리쳤다.
“아부지, 개동이가 암컷이었어요?”

그전까지 나는 개동이를 수컷인 줄로만 알았다. 검은 단모에 쫑긋 선 귀, 세모난 얼굴과 말린 꼬리까지, 생김새가 영락없는 수컷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개동이와 새끼들이 보호소로 끌려간 적이 있다. 엄마를 잃은 지 얼마 안 됐던 나는 성격이 몹시 고약해져 있었다.
“당장 개동이를 데려갈게요. 새끼들도 다 주세요.”
소장님은 재입양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내 생떼에 손을 들었다.

몇 달이 지나자 친정 식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올케가 내게 물었다.
“형님, 개동이 새끼들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이상해. 막 태어났을 때는 얼마나 귀여웠는데?”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새끼 때 사진을 보여 줬다. 올케는 남동생에게 사진을 내밀며 소곤거렸다.
“누나, 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달라? 털 색깔도 똑같잖아.”

이번에는 남편이 나섰다.
“개동이랑 종이 완전히 다르잖아!”

그제야 보였다. 개동이와 새끼들은 전혀 다른 품종이었다. 보호소 안에 수백 마리 새끼가 있었으니, 소장님이 어떻게 개동이 새끼를 정확히 기억했겠는가. 다행히 개동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끼들을 잘 키웠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나는 이장님의 전화를 두어 번 받았다. 어느 날 이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산남이야? 느그 개새끼들이 여기저기 돌아댕기면서 농작물 싹 다 망쳐 놨다. 오죽허면 119 불러서 마취총 쏘자는 말까지 나왔겄냐.”


삼 년 전부터 개동이는 더 이상 새끼를 낳지 않았다. 남편은 새끼를 낳는 족족 입양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고, 남동생은 나이가 들어 더는 새끼를 낳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 확신을 깨고 올해 3월 9일, 개동이는 다시 새끼를 낳았다. 새끼들 살은 오르는데 개동이 털빛은 점점 바래 갔다. 그 뒤로 나는 눈 뜨자마자 개동이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현관문을 열고 울타리를 바라보면 어김없이 개동이와 눈이 마주친다.
“어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분유를 타고 죽을 끓인다. 죽을 들고 나오는데 이장댁 언니가 울타리 옆에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로 인사했다.
“삼남아, 개동이가 새끼를 낳았는디 배가 왜 그러냐?”
“개동이 배에 복수가 찼대요.”
“아이고, 오래 살긴 혔지. 글도 너 서운할까 봐 새끼는 놓고 죽을랑 갑따. 저기 똑같이 생긴 꺼먼 새끼 있더만.”

‘죽을랑 갑따’가 크게 들려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죽어요?”
“죽지. 개고 사람이고 나이 들면 다 죽어. 그리서 내가 엊그제 개동이 먹으라고 밥 주고 갔는디.”
“아, 어쩐지 밥그릇에 떡이 있더라고요. 감사해요.”

나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오 년 전, 이장댁 언니는 아버지 요양보호사였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다 넘어졌다. 그렇게 꼬박 밤을 새웠다. 아침이 돼서야 이장댁 언니가 출근했다.

전화를 받고 집에 와 보니 아버지 바지에 오줌이 흥건했다.
“아버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금방 옷 갈아입고 병원에 가 보게요.”

초점 없는 아버지 눈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그날 이후 아버지의 눈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몇 번의 수술을 거쳤다. 음식을 씹지 못해 콧줄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때도 개동이는 새끼를 낳았다. 병원에서 재활을 기다리며 내가 말했다.
“아부지, 개동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그 순간 아버지 눈이 번쩍였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흰둥이 세 마리하고요. 검둥이 한 마리, 누렁이 네 마리까지 여덟 마리 낳았어요.”
“어!”

몇 달 만에 아버지가 감탄사를 토해 냈다. 그날, 개동이 덕에 나를 남처럼 대하던 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다시 2025년 아침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개동이가 보이지 않았다. 놀란 나는 울타리로 달려갔다. 개동이는 개집 안쪽에 누워 있었다. 새끼들이 사료를 먹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이었다.
“어휴, 놀랐잖아, 개동아.”

가까이 가도 개동이는 눈만 껌벅였다. 집으로 들어가 사료와 죽을 가져왔다. 새끼들에게는 사료를, 개동이 앞에는 죽을 놓았다. 새끼들이 죽 그릇으로 달려들었다.
“야, 이 새끼야. 저리 안 가!”

발로 새끼들을 밀어냈다. 개동이는 고개를 돌려 빈자리를 만들어 줬다. 그 사이로 새끼들이 비집고 들어갔다. 금세 개동이 죽은 사라졌다.
“야, 이놈의 새끼야. 네 어미는 먹지도 못하는디. 니들 낳고 복수에 물이 찼다고….”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쇠고기 캔을 가져왔다. 개집 입구를 막고 개동이 코앞에 캔을 내려놓았다.

내가 등을 돌리자마자 쇠고기를 먹고 있는 까망이가 보였다.
“저 새끼가!”


순간 어미 밥까지 처먹는 까망이가 내 얼굴로 겹쳐졌다. 엄마가 식물인간일 때 주말마다 외식하던 얼굴, 아버지가 병원에서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 맛집을 다니던 얼굴, 모임마다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던 얼굴.

바로 내 얼굴이었다.

개동이 눈이 아버지 눈처럼 초점을 잃었다.
“개새끼였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