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눈을 뜬다. 어제 봐두었던 베이커리로 향해 바게트를 하나 사 온다. 어제 사둔 햄과 치즈와 양상추를 꺼낸다. 치즈만 3종류다. 프레시 모짜렐라, 에담치즈, 그리고 처음 보는 프레스코 치즈. 어젯밤 친해진 로마니아에서 오신 여성분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바게트는 그저 평범했다. 기대하며 구매했던 세 가지 치즈도 특별하지 않았다. 햄을 두 종류 구매했는데 그중 초리조가 맛있었다. 향신료의 향과 지방의 맛이 조화로웠다.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프랑스길을 걷던 우리는 북쪽길로 옮겨가기로 했다. 누나가 원래 가지고 있던 순례길에 대한 이미지는 북쪽길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프랑스길의 시작인 생장에 다 달아서야 깨달았고 짧은 고민의 뒤에 북쪽길로 루트를 변경하기로 한다. 팜플로나까지는 프랑스길로 걷고서, 산세바스티안으로 이동해 북쪽길을 걷기로 했다.
처음 도착한 산세바스티안은 흐렸다. 붐볐고 번잡했다. 평일이었으나 대부분의 숙소가 이미 가득 찬 상태였다. 우리는 다른 선택지 없이 하룻밤에 인당 50유로를 지불해야만 했다. 한방에 8명이 사용하는 도미토리에 50유로를 지불하는 건 아깝지 않을 수 없는 지출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향하며 쌀국수면과 돼지등심을 구매했다. 내일 아침과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와 햄, 양상추도 구매했다.
쌀국수를 삶아내고 고기를 볶다 마라소스를 넣고서 삶은 면도 넣고 함께 볶아낸다. 양상추를 아래에 놓고서 위에 마라 쌀국수를 얹는다. 다른 양념 없이 오롯이 마라소스만 넣은 탓에 대단히 맛있지 않았다. 그저 맛없지 않은 한 끼를 때우기에 괜찮았지만 아쉬웠다.
우리는 아침으로 먹을 것이 부족하다 싶은 생각에 다시 마트로 향했다. 사과와 요거트를 사고 돌아오며 핀초를 파는 곳에 들렀다. 맥주 두 잔과 문어요리를 주문했다. 바게트도 함께 나왔다.
문어요리가 꽤나 맛있었다. 치아가 일해야 한다는 게 무색하리만큼 부드러웠다. 마늘과 파프리카 파우더로 향을 낸듯한 오일에 조리되어 있었다. 스페인에서 다른 문어요리를 더 먹어봐도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분이 북쪽길을 이 시기에 걷게 되면 숙소를 구하는 데에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며 조언했다. 누나는 그래도 걸어보고서 판단하고 싶다고 했다. 해보지 않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고맙다고 했다.
4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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