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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해볼게요 Sep 01. 2024

하루하루 소중한 거

Day21 Camino de Santiago

 12시간을 내리 다. 알베르게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하루 더 머무르며 쉬어가기로 했다. 침대에서 몸을 채 일으키지도 않고 과자를 집어든다. 뻥튀기처럼 생긴 것이었다. 팝콘을 뻥튀기모양으로 만든 것 같은 맛이 났다. 누나가 언젠가 와식생활이란 단어를 알려준 적이 있다. 앉아있으면 좌식생활, 누워있으면 와식생활. 오늘은 몸으로 느껴본다.


 예기치 못하게 하루 더 머무르게 된 터라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가진 재료를 모두 꺼내어 오일베이스에 살치존을 넣고 파스타를 만들었다. 늦잠 자고 일어나 여유 부리다 점심쯤 되어 파스타 만들어먹는 하루, 행복했다.


 2층으로 된 건물이 전부 알베르게다. 어제는 다른 순례자 없이 두 명이서 머물렀다. 호스트는 다른 곳에 살아서 어제 체크인할 때 간단한 설명만 해주고서 떠났다. 그는 긴 머리에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시크한데 필요한 거 다 챙겨주고 농담 계속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먹을 것이 필요했는데 마트는 12km 거리에 있었다. 어제 메세지하며 혹시 근처에 내가 모르는 식료품점이 있을지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 내가 조심스레 자전거를 빌릴 방법이 있을지 물으니 그는 볼일이 있어 그 마을에 가야 한다며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정확히는 '자전거 빌려줄 수 있는데, 차로 가는 게 나을걸? 나도 내일 갈 건데.' 하는 느낌이었다. 부담 주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고마웠다. 나는 마트에 내려주고서 끝나면 전화하라며 어디론가 떠났다.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친구랑 맥주 마시러 갈 거라며 나를 데려갔다. 주말이지 않냐며, "Drinking beer is important"라고 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는 바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스페인 사람과 함께 가는 경험은 흥미로웠다. 10분 동안 맥주마실 거라던 그는 1시간 반가량 수다를 떨었다. 이전부터도 느끼던 건데 스페인 사람들 맥주 마시며 안주를 먹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서서 마시는 경우도 많다. 말도 거의 끊이질 않으며 계속 농담하는지 다 같이 웃고 떠든다. 관광객으로서 보기만 했는데 스페인 사람과 함께 가서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니 또 새롭고 재미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매일 맥주마신 다며 점심 먹기 전에도 마시고 매주 주말에는 마을을 옮겨가며 파티한다고 했다. 내게도 같이 가자며 내일 새벽 5시쯤 돌아올 거니까 너는 바로 걸으러 가면 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어를 잘했으면 이 사람이랑 3시간 동안 장난만 칠 수 있겠다 싶은 꾸러기였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는 자다 일어난 여자친구에게 쟤 맥주 7잔 마셨다며 일러주듯이 장난쳤다.


 누나가 내 손을 잡아 이끌고 세탁기 앞으로 갔다. 헉하며 놀랐다. 식상하게 그림 같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부족했고, 고맙다고 했다.


 삼겹살을 구웠다. 배가 고팠던 터라, 아니 배고프지 않았어도 무조건 맛있었을 테다. 트 정육코너에서 빛깔이 좋아 구매한 통 고기로는 스튜를 끓였다, 근데 라면수프를 곁들인. 지금까지 비빔라면을 만들며 아껴둔 라면수프를 스튜 끓이는데 넣었다. 그건 비상약과 같다며 약을 들고 다니는 봉투에 함께 넣어왔다,

 고기를 시어링 하고 기름에 마늘을 볶은 뒤 토마토소스를 넣고 라면수프도 넣는다. 한 시간가량 푹 끓이고서 양파와 양송이버섯을 넣어 잠시 조리하고 마무리한다. 토마토의 맛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라면 국물의 맛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라면의 향은 있었다. 맛있었다. 좋은 고기를 쓴 덕에 고기 자체가 식감이나 맛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서 부른 배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가시거리가 길다는 것을 두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적인 하루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매일을 고마워하며 보낸다. 이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아는 사람과 그 앎을 찾아가며 보내는 시간이 값지다. 이 삶이 큰 가치를 갖는다고 믿는다. 이 시간이 앞으로의 내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21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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