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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l 25. 2022

나에게 맞는 길

일하는 날의 하루는 병원에서 오늘의 예약 스케줄을 보며 시작한다. 오늘은 몇 마리의 예약이 있는지, 어떤 일로 오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가능성 있는 질환이 익숙하지 않으면, 미리 책이나 수의사들의 문헌이 있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시 한번 숙지한다. 동물병원이 인의 병원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소아과도 비슷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어린아이들도 간단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나의 환자들은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얘기해준 경우와 실제 질환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때때로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개들과 고양이들과 일하는 건 나의 일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매우 좋아했다. 물론 새나 개구리, 뱀은 무서워했지만, 강아지들은 나의 오랜 벗이 되어주곤 했다. 너무 과격히 좋아해서 물린 적도 몇 번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동물들은 항상 우리에게 충실한 벗이 되어주곤 한다.


한국에 다녀온 지 이제 이주가 지났다. 그중 이번 한 주는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미국에 온 지 5년이 되어가고, 영주권을 받고 일을 시작한 지는 4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우리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올해부터 집을 사야 하지 않나 고민하면서, 여름에 한국에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시작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시작은 한국인 부동산 중개업자들 몇 명을 만나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집 서치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번 주말에 미국 집 중개 온라인 사이트에서 오픈하우스가 올라온 걸 보고, 그냥 구경이나 가야겠다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우리에겐 한국인 중개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었고, 정해진 스텝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모든 것이 급격스럽게 변하고 있었고,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집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대로 올라가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이자율 또한 급격스럽게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연 이 상황에서 집을 사는 것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나름 근래에 지은 집들이 많고 주변 환경이 좋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변은 대부분 밀리언 달러가 넘은 집들이라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고, 약간 떨어진 곳에 나름 오래되었지만 주변 환경이 좋은 동네를 틈틈이 온라인 서치나 오픈하우스를 확인해보고 있었는데, 너무 허름해서 눈에 들어오는 집은 사실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오픈하우스에서 집 하나가 우리의 마음에 들어왔고, 설마 되겠냐 하는 마음으로 온라인 구매 사이트의 중개업자에게 연락해 집에 오퍼를 넣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게 시작이 되어, 일주일 만에 오퍼, 모기지 승인, 그리고 미국 집 구매의 시작인 에스크로라는 과정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말도 안 되게 일이 빨리 진행되고, 그 과정에 필요한 이메일, 전화 상담 등의 일정도 일하면서 같이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키요사키는 그의 저서에서 내내 '집은 부채다'라고 강조하고 있고,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은 자산이다'라고 말한다. 로버트 키요사키는 현금흐름을 발생시키지 않고, 지출을 해야 하는 집은 결국 부채이고, 나에게 수익을 주는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일은, 우리가 한국에 가기 전 5월까지는, 오픈 하우스에 가면 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고, 판매 담당 중개업자의 태도는 매우 느긋했던 반면, 두 달 만에 간 이번 오픈하우스의 중개업자의 태도는 완전히 상반된 다급한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뉴스, 유튜브에서 너무나 많의 정보에 노출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진 몇 번의 경제적인 흥망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어느 정도 교육이 되어있는 듯하고, 현재의 정보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우리에게 적합한 정보로 적합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상황과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로버트 키요사키가 말한 데로, 샐러리의 많은 부분이 택스로 빠져나간 페이를 받는 직장인들은 정부의 최고의 수입원이고, 정말 부유한 사업가나 투자가들은 자신의 수입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택스로 지출하지 않으면서 더욱더 큰 부를 누린다는 말에 절대 동의한다. 그래서 샐러리를 받아 큰 부자가 된다는 것은, 추가적인 비근로 소득을 만들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평범한 직장인으로 가정과 아이들이 있다면, 부채라고 집을 사지 않는 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 일일까?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는 나의 환자들을 보며 웃음 짓고, 오늘 매일 놀던 옆집 친구가 코로나에 걸려서 이주 동안 같이 놀 수 없다며 울고불고하는 10살짜리 나의 딸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법륜스님 말씀처럼 오늘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잘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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