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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17. 2022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

예전의 나는 이기적이고 오만했었다. 세상 모든 것을 나 혼자 살아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도 절대적으로 좋아하거나 필요하지 않도록 노력도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분교 발령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던 시절, 나는 언제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연년생인 동생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님과 같이 다녔고, 나는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서 나에게 의지할 데라고는 할머니가 전부였는데,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는 노인이라 혹시 나를 두고 먼저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잠재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강릉으로 부모님과 같이 가서 살게 되면서 할머니와 떨어지게 되었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더 이상 할머니를 그리워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인간이 얼마가 간사한 존재인가에 막연한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혼자가 되는 것에 나름 터득했노라 자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는 어떤 존재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필요성을 갖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건 매우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두려운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데도 나는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있었도,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그들을 절대적으로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나 스스로 나름 혼자여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그러다 잃고 싶지 않은 남자를 만나고 그와 가정을 시작하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시금 사람 사이에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나름 오만하게 나는 혼자여도 괜찮다를 마음속에서 외치고 살았지만, 결국 나는 늘 사람 사이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과 다르게 요즘의 아이들은 부모가 노력해주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다니고, 생일잔치도 부모들이 알고 서로 정해주지 않으면 친구들끼리 만나서 돌아다니는 경우는 드믈다. 그래서 아이들의 인간관계를 위해 어른들의 관계가 형성된다. 미국에 오고 나서도 다르지 않다. 아니 여기는 한국보다 더 심하게 부모들과 서로 연락이 되어야 아이들이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나라의 이민자들끼리 어울리는 일이 많고, 그래서 아이들도 그렇게 친해질 가능성이 많다. 물론 우리 둘째 아이처럼 다른 국적의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그쪽 부모들과 아이들끼리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항상 다른 사람의 관심을 갈구한다. 사람과의 관계없이 만족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관계가 항상 사랑하는 사람 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다. 직장 동료나 식당이나 카페에서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사람들과도 우리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냥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이 삶의 영양분이 되는 것 같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사이에서 괴로운 일도 생기고, 서로 분노하게 되기도 하지만, 동떨어져서 수행을 하는 수행자가 아닌 이상 삶은 그런 관계와 관계 속에서 생기는 감정들로 이루어진다. 다만 그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는 각자의 내공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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