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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07. 2023

유전자 극복이 왜 필요한가?

지금의 우리는 컴퓨터 하나만 켜면 세상의 무한대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인공지능이 실현되고, 나아가 근접한 미래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유전자는 아직도 원시시대의 자기 보호본능 센서를 작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대체적으로 충분한 음식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본능은 과거 우리 조상이 사냥을 하며 허기짐을 채우던 방식대로 음식을 섭취한다. 먹을 게 있을 때 먹어두어야 며칠 사냥을 할 수 없어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습성이 현재의 과잉 섭취를 유발한다. 우리의 식습관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을 담당하는 의사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아침을 먹는 것이 우리의 두뇌활동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도 하고, 어떤 의사는 현대인에게 아침이 꼭 필수적이지 않다고도 한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삼시 세 끼를 챙겨주는 식습관에 의무적인 식사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 더 몸이 가볍고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이런 내가 걱정이 되신 시아버지는 아침을 안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수 있다며(?) 식사를 권장하시기도 했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이 다를 수 있다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빈속이 되어 속이 쓰린 적은 없어도 많이 먹어 소화가 안되면 속이 쓰린다. 그나마 먹던 점심 저녁도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지 다 소화시키기가 벅차다는 생각도 가끔 들 때가 있다. 이제는 과다한 영양으로의 비만이 먹지 못해 생기는 영양부족문제를 초월하기에 이르렀다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하다. 과거 맹수의 공격과 야생생활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할 수 있다. 과도히 용감하게 사자와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의 유전자는 멸종되었을 것이고, 자신을 잘 보전하며 도망가던 사람들은 살아남아 자손을 이루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유전자에는 살기 위해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각인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우리는 이러한 두려움이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처럼 생명을 보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의 두려움은 대부분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현재 힘든 상황을 탈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에서 발생한다. 내가 미국 수의사를 준비하면서 주변에서는 나름 수의사이고, 한국에서도 먹고살 수 있는데 왜 굳이 고생을 하며 공부를 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재에 불만족이 있다면 새로운 탈출구를 뚫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되었기에 나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냈다. 

그랜트 카돈이 쓴 '열 배의 법칙'에서 그는 무언가를 시도할 때 남보다 열 배의 노력과 열정을 들인다고 말한다. 가끔은 자신의 아내조차 '당신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 같다'라는 말을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자신도 무척 두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무슨 일을 도전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면, 자신이 하고 현재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늘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할 때 무척 긴장을 한다. 그 긴장이 그 일을 제대로 끝마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긴장이 싫어서 어떤 수의사들은 아예 수술을 하지 않고 혹은 아주 간단한 것만 하고 조금이라도 스트레스가 될만한 수술을 하지 않기도 한다. 나와 같이 근무하는 수의사는 최근에 아이를 출산하여 자신은 개복수술을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해서, 모든 개복수술은 나의 몫이 되었다. 물론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그걸 하는 순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오전  내내 여러 마리의 수술을 하고 나면, 혹은 한 수술이라도 집중해서 하고 나면, 잠깐은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어지럼증이 들기도 할 때가 있다. 그걸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정말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나의 경험과 능력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위험을 거부하고 편안하게만 살려고 한다면, 그랜트 카돈의 말처럼 아주아주 평범한-어쩌면 가난하거나, 약간의 경제적인 불황에도 도태되어 버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직관을 믿는 편이다. 내가 주변이나 상황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맞고, 내가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석의 '부의 인문학'에서 인간에게는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빠른 생각은 반사적이고 직관적이라 스스로는 나름의 인과관계로 결론을 내린 듯 하지만 많은 오류에 빠질 수 있고, 느린 생각은 이성을 이용한 합리적인 생각 방식으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많이 들지만 투자를 할 때 필요한 방식이라 말한다. 

빠른 생각은 직관이라 말할 수 있고, 원시시대와 같은 생존방식이 필요할 때 아주 유용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맹수가 나타났는데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다가는 당장 게임 오버가 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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