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해야 쓸 힘이 나

감사하고 가슴 아픈 2월

by 솔향

2월도 어느새 스무날이 지나버렸다. 1월 말에 가장 놀라웠던 사실이 2025년 열두 달 중 한 달이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린 것이었는데,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다.


브런치를 더듬어 보니 2월 1일에 올린 게 마지막이다. 또다시 도진 건가. 처음엔 열심히 도전했다가 금방 싫증 내며 피우는 게으름증이. 변명을 해 보자면 노트북이 없어졌고, 안방에 자리한 데스크탑 모니터는 티브이랑 공용이라 급한 일이 아니면 차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 정신없고 피곤했다.


2월 5일엔 큰딸이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다음 날엔 나와 남편의 승진 발령이 났다. 주위에서 축하인사가 넘쳤다. 학교에도 많은 직원들이 인사이동을 했고, 이어지는 인사조정과 채용업무와 함께, 해도 해도 마무리가 안 되고 매일 업무가 새롭게 생겨나는 마법 같은 나날이 계속됐다. 하.


정신없는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빼 새 학교와 교육청 방문하고, 큰딸 월세 구하러 최남단에서 경기도를 오르내리고, 차 구입하고, 중고차를 매매했다. 동서를 가로질러 큰딸 졸업식도 다녀왔다. 송별회가 있었고 출근과 출장도 계속됐다. 내일모레엔 큰딸 이사, 다음 주엔 작은딸 이사와 내 관사 입주가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 전세 만기일도 세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못다 한 일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사실 다 괜찮았다. 감사한 일이 넘쳐서 생긴 바쁜 날들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많은 이유로 쓰지 못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일로 고마우면서, 가슴 아픈 한 가지 일이 그것들을 모두 덮어 버린다.


막내가 신경정신과에 가 상담을 받아 보고 싶단다.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 좋아질 것 같다고 스스로 진단한다. 어린애가 뭐가 그리 힘들까?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자꾸만 머릿속을 지배한다는 그 생각이 대체 뭘까? 아이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지 못해 죄스럽다.


내일, 병원보다는 심리상담센터에 먼저 데려가 보려고 한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으면 글쓰기고 뭐고 다 허무하다. 펜을 잡기 힘들다. 즐거워야, 행복해야 쓸 힘이 난다. 그래서 오랜만에 휴대폰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슬프고, 부족하디 부족한 글은 짧고 아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심한 사춘기의 보람찬 설날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