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엔 거리마다 양귀비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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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양귀비의 도시이다. 양귀비 천지이다.
공항에서 내려서 시내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양귀비가 인사한다.
세상에 중국의 3대 미인이라던 양귀비가 이렇게 지천인 곳은 시안 밖에 없다.
한 통에 10위엔 우리 돈으로 2,000원 남짓하는 크림 이름이 양귀비 크림이다.
이 크림을 얼굴에 바르면 양귀비처럼 예뻐 진다는 것인데 면세점에도 판다. 면세점 가격은 50위엔 우리 돈으로 만원이 조금 넘는다.
중국사람들에겐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과자 가게엔 양귀비 과자가 많다.
얼굴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다. 양귀비 과자.
양귀비가 먹었다는 그 과자이다.
가게마다 양귀비 그림이 있다.
양귀비가 마시던 차. 양귀비가 마시던 술. 양귀비가 먹던 육포. . 중국인들의 양귀비 사랑은 끝이 없다.
양귀비의 표준 이미지는 없는 듯 하다.
양귀비의 얼굴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것들도 많다.
양귀비의 출생년도가 719년이다.
양귀비는 통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무게가 65Kg정도 였다고 한다.
27살에 황제의 사랑을 받았고
38살에 죽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년이었다.
아름다움을 이유로 10년을 꽃처럼 화사하게 살다가 머리에 새치가 보이기도 전인.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었다.
그 아쉬움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중국 전역에서 중국인들이 시안에 몰려든다.
사실 시안은 외국인 관광객이 거이 없다.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다. 양귀비가 되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든다.
그리고 그 중국인들은 황후의 옷을 입는다.
젊은이들뿐이 아니다.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름이 없다.
황후의 옷을 입으면 표정이 양귀비가 된다. 양귀비의 눈초리로 세상을 보게 된다.
관광지뿐이 아니다. 그냥 시안시내를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 시안에 머물면 하루 종일 이 양귀비들과 마주치는 일상을 감수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양귀비가 될 수 없다
내가 만일 할머니라면 나도 하루쯤 양귀비가 되고 싶다. 황후의 옷을 입고, 성안 종루를 지나서 고루까지. 혹은 대안탑을 지나 대당불야성을 거닐며 그 비련의 주인공. 아름다워서 오래 살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미인 만이 걸어 가야 하는 가시밭길을. 잘생긴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 인생을 느껴보고 싶다.
03 Ap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