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레디메이드가 아니듯이. 여행도 그렇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채만식의 소설 제목이다. 주인공 P는 대학을 나왔지만 실직자이다. 극도의 빈궁에 시달린다. 신문사 사장을 찾아가 구직을 호소하지만 거절 당한다. 인텔리를 양산만하고는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사회를 규탄한다. 아들은 기어코 고학력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수작으로 우리 근대문학에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받는 작품이다.
나는 이 소설을 오래 전에 읽었다. 젊은 시절에, 태양처럼 젊었을 때 이 소설을 읽었다.
레디메이드 readymade는 사전적으로 기성품이다.
어떤 목적으로 미리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상품일 수도 있고, 어떤 행사를 위하여 미리 만들어진 예술 작품일 수도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란. 사전적으로 해석하자면 기성품의 인생 혹은 전시용 인생이 된다.
잘 기획된 인생. 미래가 예측가능하고 보장된 인생일지도 모른다. 어떤 목적을 위해 준비된 인생이다.
주인공 P는 당시로서는 회소가치가 있는 대졸의 학벌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남들이 갖고있지 않은 이 좋은 학벌이 그에게 장및빛 인생을 약속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민중은 그의 고상한 학벌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가 그토록 시간과 돈을 들여 준비한 것은 현실에서 그에게 아무런 특권이 되지 못하였다.
인텔리의 번뇌. 소외와 고독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세상에 레디메이드 인생은 없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인생은 없다.
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계획대로 잘 안된다. 잘 살것 같은 사람이 망하고, 말해야 할 사람이 승승장구한다.
레디메이드 여행
여행사를 하는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장기여행. 그것이 유럽이든 남미이든. 미국이든. 수익성이 좋은 정거리 여행에서 여행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다툼이란다
여행사 가이드는 그래서 여행자들간에 내부적인 어떤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신경을 쓴단다.
노련한 가이드는 은근히 여행자들간에 갈등구조를 만들기도 한단다.
여행자들끼리 너무 분위기가 좋으면. 장기여행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내부가 아닌 외부, 즉 가이드나 여행사에게 비수처럼 들이 댈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잘 짜여진 패키지 여행도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사람마다 기대가 다르다. 모두의 욕구를 여행사가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레디메이드 여행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인텔리들이 자신의 인생에 거는 기대와 유사하다. 누군가에 의해 혹은 운명적으로 어떤 준비된 패턴을 기대한다.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레디메이드는 그것이 여행이든 인생이든 기대와 동일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자유여행을 가는 이유이다.
가족들은 펄쩍 뛴다. 내가 자유여행을 갈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자유여행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의 장점이다.
여행이 망가져도 누구를 탓하거나 화 낼수 없다. 늦잠을 자서 비행기를 놓쳐도. 도시에서 길을 잘못들어 우범지역 한가운데 고립되어도.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려도. 그것이 크게 슬프지 않다.
자유여행은 레디메이드 여행이 아니다. 나의 여행이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만들어 준 기성품이 아니다. 누가 안내해 주지도 보호해 주지도 않는다.
나는 여행을 또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이 그렇듯이. 기성품. 래디메이드가 아닌. 내가 주도하는 맞춤형 여행일 것이다.
자유여행이 시간과 돈이 훨씬 더 든다. 그래도 나는 그럴 것이다.
호텔 문을 열면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난 그 택시를 타면 언제든지 또 어디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나는 내 인생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드시. 내 여행을 내가 경영 할 수 있다;.
나는 자유인이다
04 Ap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