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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있다.

내 마음속에 사각뿔 모양의 공간을 하나 만들었다. 신성하고 비밀스럽게.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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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트만두의 피라미드.


네팔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신을 빼면 수도 카트만두의 혼란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거기에 피라미드가 있다.


사람보다 동물이 많은 것 같다. 비둘기. 소. 개. 동물천지다.

이 동물들은 신들의 공간인 사원뿐 아니라, 세속의 공간인 거리 시장 공공장소까지 어슬렁 거린다.

그것들을 동물이라고 인식하면 상황파악이 불가하다. 신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혼란이 설명된다.

신과 인간이 함께 사는 곳. 네팔이다.


수도 카트만두엔 신이 살고 있다.

시내를 걷다가 운이 좋으면 살아있는 신 쿠마리의 미소를 볼 수도 있다.


그 카트만두 시내에서 난 피라미드를 보았다.

살아있는 신이 있는 도시 카트만두에서 피라미드는 그리 중요한 지위가 아닌 듯하다. 보존상태가 썩 양호하지 않다.

그러나 비록 잘 관리되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하다. 피라미드였다.


벽돌로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물이었다.

상부는 부서졌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분명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는 성스런 지역에 있었다

건물과 구조물의 핵심이었다. 피라미드는 무엇인가. 네팔에. 힌두교에 피라미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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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피라미드


파리미드는 스핑크스 뒤에 있다.



나일의 밤은 화려하다.

나일은 알고 있다. 엑서도스를, 클레오파트라를, 시이저를, 아람브라궁전을, 한니발을...

나일의 밤에 유람선을 타고 강을 흘러내려가다 보면 보인다. 잊은 줄 알았던,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앞에 나타난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뿐 아니라. 일천한 나 개인의 역사도 생생하게 떠 오른다. 까맣게 잊은 과거가 생각난다. 역사 속 사람들이 뜬금없이 튀어나와 인사한다. 나일에서는 그렇다. 흐르는 건 강물이 아니다. 역사이다.


그리고 피라미드.

카이로에서 피라미드는 그리 멀지 않다.

피라미드는 강가나 오아시스에 있지 않다. 사막 한가운데 있다


무덤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무덤엔 저주가 있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피라미드는 없다고 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집트는 클레오파트라를 무시한다. 정통 이집트 왕조가 아니라는 것이 이집트사람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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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테오티우아칸은 도시 이름이다. 기원전 600년에 건설되었다.

그 도시 안에 피라미드들이 있다. 놀랍다. 크고 웅장하다.


신이 태어난 곳. 신들의 도시라는 이름의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시티에서 50KM 떨어져 있다.

3월의 테오티우아칸은 덥다. 그냥 더운 게 아니라 정말 덥다


현지인들도 테오티우아칸이라고 부르기보다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거기에 피라미드가 있다.

엄청나게 크다.


건축양식은 흙을 먼저 쌓고 그 표면에 돌을 입혔다고 한다.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올라가라고 해도 일반인은 올라가지 않는다. 높고 덥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는 인류에게 무엇인가.


내가 직접 확인 것만 해도 피라미드는 중동과 아시아와 남미에 있다.

아마 더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종류의 피라미드가 있을 것이다.

피라미드는 인류에게 무엇인가.


피라미드는 지역에 따라 건설한 주체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고, 건축재료도 다르고, 공법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그러나 모양은 똑같다.

그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피라미드를 만들게 하는 것인가.




아직 남미 시차에 적응도 안된 나그네에게 그 피라미드는 분명 시련이었다.

피라미드뿐 아니다. 그 옆 선인장공원 까지도 너무 더웠다. 고난의 길이었다.


그 열기 속에서

나는 그렇게 피라미드. 내 마음속에 사각뿔. 그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 남미를 담을 계획이다.

멕시코에서부터...








07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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