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나를 미술관 언저리에 내려놓고 가 버렸다.
소콜로광장 가까이 있는 숙소에서 우버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경력도 평점도 좋은 기사였다. 나무랄 데가 없다. 내가 그 택시를 선택한 것에는 어떤 오류나 흠결도 없다.
마침내 택시 기사는 나를 배신했다.
택시기사는 나를 미술관 정문에 내려주지 않았다.
알듯 모를 듯 난해한 스페인어로 나에게 미술관은 저 골목을 지나면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는
택시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나를 재촉해서 쫓아 냈다.
자신의 의무를 다 했고, 거래는 끝났다는 표정이다.
그렇게 나는
멕시코시티 한 복판에 내 동댕이쳐졌다.
우버를 한탄했다. 나는 그 허망한 서비스에 무기력하다.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미술관을 찾아가야 한다.
우버기사는 나를 미술관 정문에 내려주지 않았다.
미술관은 찾기 쉬웠다.
택시에서 내려서, 그 기사가 가르쳐준 골목은 돌아서면 거기에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정문에 도착해서야 그 우버택시가 나를 미술관 언저리에 떨구고 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버 잘못이 아니다.
카를로스 4세 때문이다.
미술관 앞에는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4세의 동상이 있고, 이 동상은 광장 중심에 있고, 광장은 차량의 출입이 불가하다.
그래서 미술관 정문에 올 수 없는 우버기사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줄 수 없었던 것이다.
미술관에서 나는 즐거웠다.
미술관에서 나는 즐거웠다.
예술가는 보통사람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세계를 느끼고 보게 해 준다,
그리고 미술관은 그 예술작품들이 있는 곳이다.
한참을 미술관에서 놀았다. 놀이는 즐거웠다.
그리고 미술관을 나설 때 즈음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의 미술관에, 내 인생 기억이 공간에 나는 어떤 것들을 걸어 놓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무엇으로 살다가 어떻게 남을 것인가.
내 인생은 통 털어서 어떤 작품일 것인가.
06 Ma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