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멕시코시티 역사지구를 걷고 있을 뿐이다.
난 안다. 나도 눈치가 있다. 나이가 들면 느는게 눈치 뿐이다.
광장은 어제 광장이 아니다. 성당은 어제 그 성당이 아니다.
어제와는 분명 다르다.
느낄수 있다,
다르다.
늘 그랬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과오나 오류가 없는데 나에게 그런일들이 일어난다.
운명의 장난인가. 기구한 인생인가.
가시밭길이다.
어제만 해도 신이 났었다.
골목길앤 먼 곳에서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온 듯한 사람들이 남이야 보건말건 행복했었다.
거리엔생기가 넘쳐 났었다.
즐겁고 순수했다.
나도 안다.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분명 벡시코시티엔 아름다움이 넘쳐났다.
어제 까지만해도 그렇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새롭고 신기했다.
나의 눈과 귀와 영혼은 거기에 집중했다.
시차에 적응이 되었음을 아침에 일어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을 떠난 외로움도 어느정도 익숙해 졌다.
새로운 도시에 대한 두려움도 적응이 되었다.
시큰둥하다.
매일 만나던 소콜로광장의 아침이, 그 주변 고색창연한 역사지구가 더이상 감동이 없어졌다.
신선함이 사라졌다.
가라고 한다. 이제 헤어지자고 한다.
이별이라고, 아마 다시는 못 만날 것이라고.
멕시코시티는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가라고 한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가라고 한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정덕수님 한계령중 일부-
멕시코시티는 나에게 이제 떠나라고 한다.
한줄기 바람처럼
이산 저산 떠도는 구름처럼
떠나라고 한다.
05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