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역사지구엔 역사가 없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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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의 쿠스코는 왜 쿠스코인가.


‘저는 쿠스코사람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어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쿠스코에 왔지만, 난 여기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은 늙은 나그네가 불쌍했는지 홀 서빙 여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


쿠스코는 남미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도시이다. 잉카제국이 수도였다.

쿠스코는 지금도 작은 도시가 아니다. 인구가 40만 명이 넘는다.

쿠스코는 안데스 산맥 한가운데 있다. 해발 3400미터나 된다.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에 올라오기도 힘이 든다.


쿠스코에 도착하자마나 첫 번째로 든 의문이다.

남미대륙의 안데스 서쪽 그 길고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잉카제국은 왜 이렇게 척박한 곳에 수도를 만들었을까?

기후 좋고, 농사에 적합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편한 해안가라든가 평지에 수도를 만들었으면 나라를 통치하기에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쿠스코에서 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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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문명은 쿠스코 문명이다.


쿠스코 사람들에 따르면, 잉카제국은 쿠스코가 만들었다

남미는 정말 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다양한 민족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와 종교를 즐기며 살고 있었다. 그 다양했던 남미를 통일한 세력이 쿠스코라고 한다.


여기 쿠스코, 산 위에 높은 곳에 살던 사람들이 바람처럼 내려간다. 살육하고 정복하고 다시 산속으로 숨는다. 산 아랫사람들은 산 위에 올라오면 숨 쉬기도 힘들다. 공격할 수가 없다.

쿠스코 사람들은 야금야금 다른 부족들을 하나씩 침략해서 종속시켜 나갔다. 드디어 남미 대륙의 안데스 서쪽, 지금의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일부. 칠레를 망라하는 대제국을 만들었다. 쿠스코 사람들이다.


잉카제국은 소수의 쿠스코 부족이 다수의 다른 부족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쿠스코 사람들은 정복한 다른 부족들에게 쿠스코 말을 하게 하고, 쿠스코 종교를 믿게 하고, 쿠스코 문화를 따르게 했다.

통치의 심장이 쿠스코였던 것이다. 쿠스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렇다.


쿠스코 시내엔 역사지구가 있다. 역사지구는 작다. 역사지구엔 쿠스코의 역사가 별로 없다. 거긴 스페인의 시간이다.

거기서는 쿠스코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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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구를 벗어나면 보이는 것들.



서구적인 시선이나 역사관은 쿠스코에 가면 역사지구를 보라고 권한다. 그것이 남미의 역사라고 한다. 그러나 거긴 잉카가 아니다. 스페인이다.

난 아르마스광장이 있고, 대성당이 있고, 골목길이 있고, 12 각돌이 있는 역사지구보다는,

시장이 있고, 은행이 있고, 학교가 있고, 병원이 있고, 관공서가 있고 그래서 쿠스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쿠스코엔 스페인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거의가 원주민이다. 인디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사람들.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잉카이고 쿠스코이다. 그 사람들이 남미 역사의 증인들이다.


지금은 스페인어로 말하고, 스페인어로 쓰고, 스페인 종교를 믿고, 스페인식 건물에서 산다.

하지만 한때 로마가 유럽을 통일했던 것처럼, 그들은 남미를 통일했었다. 그리고 쿠스코인들은 수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순간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민족의 영광과 아픔 그리고 자신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앞으로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 다 알고 있었다. 자부심과 당당함 그리고 긴 시간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움이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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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통화


나그네는 쿠스코 시내를 걷다가 문득 공중전화를 만났다.

그 공중전화는 나쁘다. 나로 하여금, 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리면, 혹시 잉카의 사람이 전화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전화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한국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혹시 운명을 믿으십니까? 이 세상의 모든 이별은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딸깍.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할 때 나는 기계음)






07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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