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로 가는 길

누구나 마음속에 샹그릴라 하나씩은 있다.

by B CHOI



샹그릴라 가는 길.

설산에
마지막 마방이 걸어두고 간
조각달 아래
하룻밤
내내
가쁜
숨소리,

그곳에도
아침은
와서
보니
앉은뱅이
도라지꽃. 윤호 님의 시 차마객잔(茶馬客棧)


샹그릴라로 가는 길이다. 잃어버린 지평선 너머에 숨겨진 낙원이다. 질병과 고통이 없는 곳. 다툼과 미움이 없는 곳.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다니던 곳이다. 차와 말이 다니던 높은 길이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에 길이가 5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세상에서 가장 척박한 길들 가운데 하나이다. 차마객잔은 차마고도에 있는 주막이다


시인은 이 길을 갔다. 그리고 차마객잔에 머물며 이 시를 썼다.

매리설산의 만년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백마설산의 밤에, 극심한 고산병으로 심한 구토와 울렁거림에 잠 못 이루고, 아침이 와서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도라지 꽃이 있었다고 노래한다.


샹그릴라 가는 길에, 그 인고와 고통의 공간에서 꽃을 보았다. 도라지꽃을 한 송이. 시인은 꽃을 보았다.






내 마음의 샹그릴라.


누구나 그렇듯이 내 마음속에도 샹그릴라 하나 있다.

높은 산. 사람이 닿지 않는 아주 높은 곳에 있을 이상향이 하나 있다.

어미 닭 한 마리 있어서, 지친 내 영혼을 병아리처럼 감싸 안아줄 것 같은 곳.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방석을 내어 주며,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좀 쉬라고 할 것 같은 곳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거기에 올라가게 했을까.

세상을 등지고 그 사람들은 거기서 무엇을 했을까.

나도 거기에 가면, 그 사람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혹은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정말 하늘로 날아간 것일까. 왜 순간에 모두 사라진 것일까.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거긴 정화된 땅도 아니고, 이상향도 아니고, 샹그릴라가 아니라 해도

난 거기에 가 본 것만으로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내 미완의 꿈과, 놓지 못했던 막연한 기대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을

살포시 놓아두고

나만 몰래 내려 오려한다.


파랑새는, 내 마음의 파랑새는,

늙어서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내 파랑새는

거기에 놓고 오려한다.





마추픽추 가는 길.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쿠스코에서 출발한다.

이른 아침에 미니버스는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을 떠난다.


신 새벽에. 겨우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림자는 아주 긴 데. 미니버스는 흑백사진의 피사체처럼 검은색으로 그 뿌연 아침 사이를 헤치고 벌판에 나선다.




초록색 종이에 노란 물감을 뿌린 것 같다.

이렇게 좋은데,

사람들은 왜 여기를 버리고 더 높은 곳으로 떠났을까.


나그네는 모른다.

낮은 곳에선 높은 곳이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야 비로소 더 높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도 높은 곳인데, 벌판에 나서면 더 높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옛사람들은

구할 그 무엇을 위하여 여기에서의 안락함과 풍요로움을 마다하고

마추픽추 산속으로 떠났을까.




마추픽추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여기에 왔다.



작은 버스는 한 시간 남짓 산자락을 돌고, 개울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고, 벌판을 가로질러 달린다.

그리고 오얀따이땀보. 기차역에 도착한다.


기차. 은하철도같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차들이 레일 위에 있다.

가자. 마추픽추로, 내 마음의 샹그릴라로,

하늘을 날든. 산을 오르든 가자 거기로.

기차여, 너는 아는가











08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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