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는 잊힌 도시인가. 숨겨진 도시인가.
구글이 전하는 마추픽추
구글이나 AI로 검색하면 나오는 대체적인 마추픽추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보통 '잃어버린 도시'의 이미지로 잉카 문명을 상징하는 유적으로 많이 불리는 경우가 많다. 마추픽추는 1450년 즈음에 지어졌고, 약 1세기 후에 스페인의 침략과 비슷한 시기에 버려졌다. 이후 주변 현지인들에게만 간간히 알려져 있던 정도였고, 1911년에 미국의 탐험가 하이럼 빙엄이 다시 발견해 내기 전까지 세상에서 잊혀 있었다.
고대 잉카 언어로 마추 픽추의 '마추'는 옛, 혹은 옛날을 뜻하며, '픽추'는 고대 잉카인들이 마약 용도로 주로 사용하던 코카잎, 피라미드 등을 뜻한다. 때때로는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고학자들은 파차쿠티 황제가 군사 원정을 끝낸 후, 황제 전용 궁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 도시는 마약으로 쓰던 코카잎이 도시의 이름이고, 왕의 휴양시설이었고, 왕을 시중들기 위해 사람이 살았다는 주장이다.
인디오들의 역설
그러나 인디오들은 분노한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마추픽추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칭이 틀렸다..
우선 마추픽추라는 명칭에 대한 해석이 틀렸다는 것이다.
마츄는 인디오 전통언어로 노인 old man 또는 현자 wise man을 말한다고 한다,
픽츄는 정확하지 않지만 정상 Pick을 지칭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합치면 마추픽추는 ‘현자가 다스리는 최고의 지역’ 또는 ‘현자가 있는 정토’ 정도가 된다.
궁전이 없다
왕의 휴양시설이라면 당연히 궁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추픽추에는 궁전이 없다.
마을은 광장을 중심으로 한다.
도시는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한다,
마을 한가운데는 해시계도 있다. 그런데 왕이 거처했던 궁전은 없다.
왕의 휴양지라면 왕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런데 마추픽추엔 황제를 위한 시설은 없다. 단지 평민들이 생존한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휴양지 위치가 아니다.
무슨 휴양지를 산 꼭대기 바위 위에 짓느냐는 것이다.
또한 왕이 휴양지를 길도 없는 산속 오지에 건설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지금도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일부 구간 기차가 다니지만 쉽지 않다. 500년 전에 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쉬러 가는 길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마추픽추는 잊혀진 도시인가?
인디오들은 잊힌 도시 forgotten city 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겨진 도시 hidden city라는 것이다.
스페인은 잉카의 왕을 죽이고 주민을 학살했다.
주민들이 몇 명이고 어디에 사는지 다 조사했다. 그리고 통치했다. 노예처럼 부렸다.
침략자는 잉카 전역을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은 몰랐다. 마추픽추의 존재조차 몰랐다.
스페인 정보능력의 한계인지, 인디오들의 단결인지 알 수는 없다,
마추픽추는 1400년대에 지어졌고, 스페인은 1500년대에 남미에 왔다. 그리고 400년을 지배했다. 그런데 스페인은 마추픽추를 몰랐다. 마추픽추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마추픽추가 알려진 건 1911년이다. 미국 탐험가가 발견했다.
마추픽추는 그 긴 시간 동안 스페인의 지배와 통치가 미치지 못하는 인디오들의 해방구였다.
마추픽추는 인디오들의 해방구였다.
우리의 예로 들자면
일제 강점기에 백두대간 어디쯤에 우리 민족이 몰래 만든 도시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누가 살고, 우리가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 조선총독부는 전혀 몰랐다. 해방이 된 후에 어느 날 그런 도시가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디오들은 침략자에게 나라를 잃었다. 문자와 언어뿐 아니라 역사와 종교 사상과 철학 그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런데 잃지 않은 영토가 있었다. 마추픽추이다. 스페인의 긴 세월 지배 속에서도 이곳을 지켜냈다. 아무도 이곳을 스페인에게 밀고하지 않았다. 비밀을 지켜냈다. 그런 상상이 가능해진다.
침략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한 도시를 신비한 도시로 둔갑시켰다. 그래서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은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그 도시의 신비함 때문으로 상황을 설정했다. 하지만 피 지배자들은 그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들이 스페인 몰래 산속에 건설한 몇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 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마추픽추는 살아있다.
남미 원주민들은 잊혀져 가고 있다. 그들의 독립은 이제 요원해 보인다. 인디오들의 꿈일지 모른다. 자신들이 잊힌 사람들이 아니라 숨겨진 사람들이고 싶은 욕망일지 모른다.
마추픽추를 떠날 때 한 인디오 청년이 나에게 하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이 마추픽추 말고 또 다른 마추픽추가 더 있을지 모른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다. 언젠가 차례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인디오의 상상인지. 실제로 숨겨진 역사가 아직도 안데스 어디엔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난 그 청년의 결연한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10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