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에는 마추픽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추픽추를 숭배하며..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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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에 가다.


사람들은 한 10명 남짓이었다.

마추픽추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잔디밭에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모든 사람은 양반다리 혹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은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디오 원주민들이었다.


한 남자가 일어나 하늘을 우러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말하였다.

기도문 같기도 하고, 무슨 주술문 같기도 했다.

그 말이 끝나자 한 남자의 인도에 따라 사람들은 잔디 위에 누웠다. 하늘을 바라보고, 무릎을 세우고, 두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누웠다.


분명하다. 이 사람들은 지금 무슨 종교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추픽추는 구석구석에 안내원들이 있다. 이 안내원들이 말이 안내원이지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행위를 감시한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하면 즉시 나타나 제지한다. 그런데 그 안내원들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마추픽추는 이들의 집단 종교행위를 묵인 또는 허용하고 있는 것 같다.


확실하다. 이 사람들은 마추픽추에 마추픽추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

마추픽추의 도시계획이라든가. 건축물이라든가. 그 재료인 돌들이라든가. 도시를 세운 사람들이라든가. 왜 그들은 여기에 도시를 세웠는가라든가 그런데는 관심이 하나도 없다.


마추픽추에는 내가 아는 마추픽추 말고 또 다른 마추픽추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 여기, 이 높은 곳에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나의 궁금증은 더해진다. 그것은 무엇일까. 또 다른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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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에서.


나는 파미르를 여행한 적이 있다. 세계의 지붕이다. 평균 높이가 해발 6,0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이다.

나는 타지키스탄 두산베에서 출발해서, 호수 이식쿨까지 고원을 달렸다.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지금의 에티오피아 언저리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들은 홍해를 건넌다. 아라비아 사막을 지난다. 그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여기 파미르까지 온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인류학은 대체적으로 그렇게 정리한다.

파미르에서 인류는 산맥. 히말라야. 힌두쿠시. 천산 산맥을 따라 지구 구석구석까지 이동하고 정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남는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을 비웃었을 것이다. 여기가 이제 살만 한데, 뭐 하러 그간 힘들여 만들어 놓은 집과 밭과 친구를 버리고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고 놀렸을 것이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은 떠났다. 해 뜨는 곳을 향해 동쪽으로 높은 곳으로. 태양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 익숙한 잠자리를 거부하는 개척자들,


그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돌로, 벽돌이나 나무가 아니라 돌로, 도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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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떠나는 사람.


나는 강화최 씨 29대손이다. 한 세대를 30년 계산한다면

나의 조상들은 천년 전부터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여기에서 살아왔다.

나는 떠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사고,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으려고 적당히 아부도 하고, 매일 주식 현황 보면서 한숨짓고, 집 넗혀 이사 가는 게 인생의 꿈이고, 밤이 오면 오늘도 수고했다고, 이것이 행복이라고 잠드는 인생이다. 가끔 정치가 너무 개판이라고 흥분하고, 술을 마셔도 내일을 생각해서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 내 인생이다. 반경 15km을 넘지 않는 일상이다.




마추픽추를 떠나 산을 내려오는데

심장이 두근거린다.

떠남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이제 잊은 줄 알았는데, 무려 천년이 지났는데, 유전자애서 지워진 줄 알았는데.

높은 곳으로, 동쪽으로 떠나던 오레전 기억이 꿈틀거린다.


디아스포라. 노매드. 필그림 어떻게 불러도 좋다.

태양을 향해 길을 나서고 싶다. 다 털어 버리고, 습관처럼 몸에 밴 정착을 벗어던지고, 나를 속박하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바람처럼 꽃처럼 자유롭게.


나는 혹시 자유를 유보하고, 그 댓가로 주어진 일신상의 싸구려 안락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으면서.

마추픽추에서 그런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마추픽추에는 마추픽추만 있지 않다. 분명 다른 것도 있다.





11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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