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은 멀고도 험하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페루는 남미다.
멕시코에서는 한국사람들을 그렇게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페루에서는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멕시코와 페루는 다르다.
멕시코는 남미가 아니다. 거긴 중앙아메리카이다. 남미는 페루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 남미가 대세이다.
페루에서 길을 가다가 문득 한국말이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면 거기엔 한국 여행자들이다. 정말 많다.
페루에서 만난 사람들.
남미 여행은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이 많아 보인다. 워낙 동선이 길고 변수가 많다 보니 잘 짜인 스케줄보다는 쉬엄쉬엄 긴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 기간도 최소 한 달은 넘는다. 두세 달이 일반적이고, 6개월을 여행하기도 한다.
남미여행은 두 트렉이 있다.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이다.
페루에서 시작해서 브라질에서 끝내는 것과 브라질에서 시작해서 페루로 향하는 여정이다.
결국 페루는 남미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종착점이기도 하다.
페루에서 만나는 사람도 두 종류이다.
한 부류는 긴 남미 여행을 이제 다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이제 두세 달 일정의 남미여행을 막 시작하는 분들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마무리 중인 분들이 긴 여행에 지쳐 남루하고 꼬질꼬질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제 막 남미에 도착한 분들이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발랄할 것 같지만 역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행을 시작하는 분들은 시차와 고산병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문화충격과 등등으로 초췌하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경우가 많다.
떠나는 분들이 남미의 정기를 받고 얼굴에서 광채가 나기도 한다.
나 홀로 여행자들
남미는 유럽이나 아시아를 다 가고 난 다음에 눈길이 가는 여행지이다. 여행 고수들이나 엄두를 낼 만한 여행의 험지이다.
외롭고 위험한 길이다.
그런데 의외로 나 홀로 여행자들이 많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중장년 또는 노년의 나 홀로 여행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세련된 몸가짐의 중 장년 여성들도 많다. 배 나오고 머리가 벗어진 할아버지도 보았다.
모두 혼자 묵묵히 여행하는 분들이었다.
한국인들이 많지만, 대만 일본인들도 상당하다.
대부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합실에 나란히 앉아서 각자 핸드폰에 한국어로 검색을 하면서도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아마 나 홀로 여행의 불문율인 것 같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노부부.
페루에서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자들이었다.
부부는 60대 중반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잘하신다. 정말 잘한다.
처음엔 남미 여행을 위하여 부부가 함께 스페인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3년 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더란다. 그래서 관심이 스페인어 회화에서, 스페인 문학, 스페인 문화로 그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남미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남미에 넘어온 스페인이 어떻게 변화했고, 원주민과 접촉하여 어떻게 진화했는지 관찰해 볼 예정이라고 한다.
3개월의 일정을 시작하면서 기대와 의욕이 넘쳐 보였다.
싸우는 부부
해외에서 부부싸움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여행 중일 때는 더 그렇다.
싸움을 하더라도 공공장소는 피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싸우더라도 큰 소리로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 굳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싸울 경우가 생기더라고 영어나 중국말로 해야지 한국말로 하면 사람들이 다 한국사람인줄 알게 된다.
쿠스코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한국인 노년부부를 만났다.
쿠스코는 좁다. 다음날 광장에서 또 만났다.
여행을 끝내고 이제 돌아가는 길이란다. 그 말을 들으니 내내 싸웠을 텐데, 그 긴 여행 일정 동안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여행을 끝낸 그 부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부부뿐 아니다. 세상에 성격이 맞는 인간관계는 없다. 성격차이로 싸운다는 말은 성립 자체가 안 된다.
서열이다. 사회는 서열이 정해지지 않으면 싸운다. 서열이 정해지면 평화가 온다.
사소한 일상을 평생을 서로 싸우며 지내신 것 같다. 대단하다. 부부가 서로 리더의 욕망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식사시간이 되니까, 함께 밥을 먹으러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두 분이 함께 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신혼부부
잉카레일 기차 안에서 만난 중년부부이다.
내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두 자리 가운데 여성이 앉은자리가 그 사람 자리가 아니었다. 자리 주인이 나타나서 비켜 달라니까 안 비켜주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다.
기차가 출발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여성이 자신들이 부부이며 신혼여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남자는 창밖 먼산을 보고 있다.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페루만 왔다가는 짧은 일정이란다. 일정도 여행도 애절해 보였다. 뭔가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비장함이 있는 듯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또 만났다.
역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기차표가 나란히 앉는 자리가 아니었다.
유투버를 만나다.
특권을 부여받은 것 같았다.
누군가 막 카메라를 들고 마주쳐 오는 것이다. 그 고프로에는 분명 나의 얼굴도 찍혔을 것이다.
아직 문도 안 연 시장을 막 찍고 지나간다. 장사를 준비 중인 상인들 모습도 막 찍는다. 물론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설명을 하지도 않았다.
무례함. 찍히는 사람들 표정이 험상궂어지고 분위기는 안 좋아졌다.
유튜버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한국인 이었다.
70대 부부
할머니가 여행을 다 준비했다고 한다. 대단하시다. 할머니는 쉬지 않고 핸드폰으로 일정을 점검하고 확인한다. 할아버지는 그냥 먼산을 보고나 역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즐기고 계신다.
할머니가 가자고 하면 가고, 할머니가 밥 먹자고 하면 먹는다.
좋아 보인다고 인사를 건네니까 허허 웃으신다. 난 이 사람 덕에 좋은 구경하고 다니고 있다면서. .. . .
남미는 확실히 자유여행이 많다. 그것도 노년 부부들이 상당히 많다.
부부여행에 있어서 남미여행은 좀 특별하다. 긴 시간을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다. 여러 유형의 여행이 있지만 공통점은 있다. 여행은 사랑이다.
12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