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미엔 아르마스란 이름의 광장이 그렇게도 많은가.

광장은 아우카이파타 에서 아르마스로 이름표를 바꾸어 달았다.

by B CHOI


아우카이파타 에서 아르마스로.


쿠스코에 가는 이유는 아르마스광장 때문이다. 거기가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쿠스코는 잉카의 수도였다. 역사의 배꼽이다. 그 중심에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아르마스 ‘Armas’는 스페인어로 ‘무기’이다.

아르마스 광장 Plaza de Armas은 무기의 광장이란 뜻이 된다

하지만 쿠스코 아르마스광장엔 무기가 없다. 그런데 왜 그 이름이 무기광장이었을까. 나그네는 궁금하다.


아르마스광장엔 두 개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한다. 지금도 광장에는 잉카의 시간과 스페인의 시간이 여울져 흘러간다.


이 광장은 스페인이 오기 전에, 여기가 잉카제국의 수도였을 때부터 있었다.

그때 이 광장의 이름은 아우카이파타 Awkaypata였다.

그 광장은 지금처럼 사각형이었고,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엔 왕궁과 귀족들의 집. 사원과 사제들이 거주하는 것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스페인은 파괴했다. 다 부수고, 왕궁이 있던 자리엔 성당을. 귀족이 살던 곳에는 교회를 세웠다. 총독관저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름을 아르마스 광장이라고 바꿨다.

광장은 아우카이파타 에서 아르마스로 간판을 바꾸어 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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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아르마스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


스페인이 바꾼 것은 단순히 광장이 아니었다.

스페인은 도시를 바꾸었다.


잉카의 수도 쿠스코는 지금 인구 20만 명의 중규모 도시이다.

주거지역. 학교, 상업지역. 업무지역. 역사보존지구. 산업지구 등등으로 도시는 분화되어있고, 지역별 소도심이 있고, 그 소도심들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확보되어 있다.


과거 잉카인들은 이 도시를 퓨마를 상징하여 설계하고 건설했다.

퓨마는 지상의 왕자이다. 그 달리는 퓨마를 도시에 적용했다.


우리로 치면 풍수지리이다. 해와 달과 별자리를 고려했다. 바람과 비와 구름을 감안한 도시였다.

그래서 사람이 자연과 어울리는 도시를 만들었다.


스페인은 이를 깡그리 바꿨다.

스페인은 그 기준을 만들었다. 도시 건설에 대한 표준이다.


1573년 스페인은 인디아스 법전 Leyes de Indias이라고 부르는 도시설계 기준을 만들었다. 남미의 모든 도시는 이 기준에 따라서 그리드 패턴에 따라 설계되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도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도시 중심에 광장을 정 사각형 광장을 만들고 그 이름을 아르마스라고 한다

그 광장을 중심으로 격자무늬(그리드) 형태로 도로를 만든다,

행정, 종교, 군사건물은 모두 광장에 인접하여 건축한다

일반 주거지는 바깥으로 퍼지며 계층별로 구분한다,


스페인은 도시설계기준에 도시 중앙에 광장을 만들도록 규정했고, 그 광장의 이름을 아르마스 광장이라고 특정했다. 이것이 스페인이 만든 남미 도시들에 아르마스란 이름의 광장들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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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쿠스코





남미에 아르마스란 이름의 광장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


스페인이 통치하던 도시의 구 시가지들은 특징이 있다.

광장이 있다.

그 광장은 과거 아즈텍 혹은 잉카인들이 번영을 누리던 곳이다. 정치와 문화와 경제와 사회의 구심점이었다. 왕권의 상징이고, 소통하는 아고라였다. 이 광장을 부수고 거기에 스페인의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총독부와 교회와 총독관저 그리고 군사시설을 그 주변에 짖는다. 이를 아르마스광장이라고 부른다.


아르마스광장은 멕시코시티의 소칼로광장 Plaza de Socalo.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마요광장 Plaza de Mayo. 콜롬비아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 Plaza de Bolivar 같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페루의 리마. 쿠스코. 칠레의 산티아고 등처럼 아르마스의 이름을 아직까지 갖고 있는 곳들도 많다


결국 스페인은 과거 원주민 역사를 지우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역사를 덧 씌우면서 그 광장을 아르마스로 이름 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도시를 허물고, 이 아르마스광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그것이.

스페인이 지배한 남미의 도시들에는 나라는 달라도 같은 이름의 광장. 아르마스광장이 남아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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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서.


사자는 젊었을 때가 사자이다. 사자도 늙으면 더 이상 밀림의 왕자가 아니다. 늙고 병들은 사자는 하이에나의 단순한 사냥본능과 식욕을 충족하고, 허무하게 사라져 갈 수도 있다.

늙은 여행자는 늘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인적드믄 시간을 골라서 쿠스코의 새벽에 살며시 아르마스 광장을 산책한 적이 있다.

옛 건물의 긴 복도엔 마약에 찌든 젊은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대고 누워 비몽사몽이고, 술 취한 젊은 여성은 늙은 나그네를 희롱하고 지나간다.


잠에서 깬 개들은 떠나가는 어둠을 향해 목청껏 짖어대고,

골목길엔 멀리 떠나는 광광객을 위한 미니버스들이 아침 공기를 가르며 분주하다.


그 혼돈의 새벽에

땅 아래 파묻혀 안 보이는 잉카 또는 지상에 남은 낡고 빛바랜 스페인.

그것이 인간을 구원했을까.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이슬 머금은 돌 길을 걸으면서 나그네는

아우카이파타도 아닌. 그렇다고 아르마스도 아닌. 새로운 시간을 걷고 있는 듯했다.

제3의 시간과 공간을 쿠스코에서 꿈꾸었다. 내 인생의 시간들을...







12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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