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10일 만에 혼자될 결심을 하다.

남미여행을 떠나듯이, 다 내려놓고 혼자 떠날 결심을 하다. 쿠스코에서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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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가 되다


콩이었다.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서 푹푹 쪄진다.

그리고 짓이겨지고, 네모난 모양으로 지푸라기에 묶여서 천장에 매달린다. 그렇게 매달려있으면 곰팡이가 달려온다. 여기저기 속살까지 파 먹는다,


도망갈 방법도 없다. 아프다고 소리 지를 틈도 없다.

매달려서 그 아픔을 다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메주가 된다.



콩이었다,


콩이었다. 나도 한때는 콩이었다.

한 개의 콩깍지 안에서 오순도순 살던 형제들도 있었다.


세상이 모두 푸른색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제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메주라고 부른다.




메주 되어 슬픈가?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으면서

콩을 이야기하지 않아 슬픈가


잊혀지지 않으면

콩이 잊혀지지 않으면

어떻게 메주가 되고, 간장이 되고 고추장이 되겠는가


두렵지 않다

잊히는 것이 두렵지 않다.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혼자되는 것도 두렵지 않다.

거대한 성. 마추픽추도 결국 무너지고 다 떠난다. 이제 거기엔 아무도 없다.

통일된 대제국 잉카도 무너지고 부서지고 메주가 되었다.

차라리 메주가 되는 게 낫다.


찌고. 매달리고 곰팡이에게 파 먹히고,

콩이란 흔적도 없이 잊혀진다 해도.

그게 더 낫다. 메주 되어 사라져 가는 거.





혼자될 결심을 하다.


늙은 나그네는 드디어 용기를 내다.

쿠스코에서 돌길을 걷다가 문득

잊려질 결심을 하다.


이제 무섭지 않다.

다 놓아두고 혼자 떠날 용기를 얻다. 남미여행을 떠나온것 처럼,

훌쩍 내 인생 마지막 여행을 떠날 용기를 얻다.

나 홀로

남미여행 10일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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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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